비록 시청률은 아쉬웠지만 가슴으로 기억될 명품 드라마가 탄생했다.
지난 14일 SBS 수목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극본 노혜영, 연출 신윤섭)가 모두의 해피엔딩을 그리며 종영됐다. 일본 소설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을 원작으로 한 '돌아와요 아저씨'는 저승 동창생 김영수(김인권 분)와 한기탁(김수로 분)이 이해준(정지훈 분)과 한홍난(오연서 분)이 되어 역송체험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마지막회에서 한홍난은 이해준에게 자신의 역송체험 시간을 나눠줬고, 또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고자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규칙을 어긴 그는 모든 이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이해준 역시 역송체험 마지막날 가족들을 따뜻하게 챙겼고, 결국 그의 정체를 알게 된 신다혜(이민정 분)는 뭉클한 작별 인사를 했다.
한기탁과 김영수는 세상에서 사라졌지만 그들이 남긴 것은 차고 넘쳤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기분 좋은 변화였다. 모두가 만날 인연이었고, 이는 세상을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사실 이 드라마는 역송체험이라는 다소 황당할 수도 있는 이야기 설정 때문에 코믹한 상황이 많았고, 이는 곧 장점이자 단점으로 여겨졌다. 재미는 있지만, 너무 작위적인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가슴 따뜻하고 뭉클한 이야기로 시청자들도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비록 시청률적으로는 아쉬움이 컸지만, 노혜영 작가의 탄탄한 필력과 신윤섭 PD의 섬세한 연출,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 내공 등이 만나 빚어낸 명품 드라마의 저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 중에서도 노혜영 작가는 끝까지 자신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흔들림없이 극에 녹아내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각 인물들의 관계나 이름, 사진, 소품 등 작은 디테일 하나까지도 허투루 쓰지 않았으며, 방송 말미 등장하는 1분 남짓의 에필로그는 이 드라마를 꼭 챙겨보게 하는 이유가 됐다.
또 남자인 기탁이 하루 아침에 여자 홍난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생기는 코믹한 상황이나 백화점 직원이었던 영수가 점장이 되면서 벌어지는 웃지 못할 해프닝은 큰 재미를 유발했다. 여기에 갑을 향한 을의 반란은 통쾌함까지 느끼게 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전 스토리 역시 일품이었다. 여타의 드라마에서 늘 보던 복수 대신 서로를 끌어안고 용서하고 희생하는 모습은 끝까지 긴 여운을 남겼다. 결국 죽고 나서야 더 절실하게 깨닫게 되는 가족이라는 따뜻한 울타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주위를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배우들의 연기력도 폭발했다. 코믹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김수로와 김인권를 비롯해 정지훈과 오연서는 이렇게 망가져도 되나 싶을 정도로 연기 열정을 불태웠다. 물오른 코믹 연기는 기본이고 깊은 감정 연기로 시청자들을 웃고 울게 만들었다. 출산 후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이민정의 더욱 섬세해진 연기력은 극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었고, 이하늬, 최원영, 윤박 등 출연자들 모두 캐릭터에 안성맞춤인 연기로 극적 몰입도를 높였다. 시청률이라는 수치로 논한다면 분명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분명 시청자들의 가슴 속 깊이 오래도록 기억될 명품 드라마임이 틀림없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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