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준 ‘무한도전’에 무한한 감사를 표현한다.”
1세대 아이돌 그룹 젝스키스가 상암월드컵 경기장에 출렁이는 노란색 물결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지난 14일 오후 8시 서울 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 1997년 데뷔한 젝스키스의 컴백 무대가 열렸다. 지난 2000년 해체를 선언한 이후 16년 만이다. 이는 지난해 방송돼 높은 인기를 끈 ‘무한도전-토토가’ 시즌 2의 일환으로 열린 콘서트로, 당시 출연하지 못했던 젝스키스에 대한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는 날이기도 했다.
이날 ‘무한도전’ 애청자 및 오랜 시간 젝스키스를 기다려온 팬 등 5천여 명이 참석했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손에는 모두 노란 풍선이 들려있었다. 3시간 전 갑작스럽게 뜬 공지를 보고 부랴부랴 공연장 행을 결정한 회사원들부터 친구들과 손을 잡고 나온 20대 대학생들까지, 노란색 풍선을 들고 ‘무한도전’과 젝스키스의 공연을 열렬히 환영했다.
복고를 통해 추억을 자극한 만큼 젝키의 등장은 남달랐다. 과거 유행하던 게릴라의 형식대로 이들은 안대와 헤드폰을 쓴 채 앞사람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무대에 올랐다. 사진만 봐도 웃음이 터져 나올 광경이었다. 젝키 멤버들은 자신들을 향해 함성을 지르는 팬들을 보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리더 은지원은 “해보니까 별로 힘들지 않다”며 젝스키스 활동 당시를 떠올리며 자신감에 찬 모습을 보여줬다. 마지막엔 방송 활동을 접고 한 가정의 아빠이자 남편이 된 멤버 고지용도 올라 감동을 더했다.
1997년은 이른바 ‘빠순이’로 불리는 팬덤이 생겨난 시대다. 현실이 고된 현재의 30대에게 큰 추억이 될뿐더러, 그 시기는 자꾸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추억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30대에게만 1997년이 국한돼 있는 것은 아니다.
따뜻한 정을 기반으로, 사소한 것 하나에도 내 모든 것을 걸었을 만큼 순수했고 풋풋한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소중한 기억을 전 연령에 선물했다.
‘무한도전’이 90년대의 일상적이고 소소한 기억과 정서적 경험을 환기하는 방식으로 감성의 공동체를 구현해 낸 것으로 볼 수 있다. 1997년은 사라지거나 폐기된 과거가 아니라, 현재 추억을 건드리는 감수성의 중심으로서 현재에 존재하는 시간이다.
SNS를 통해 소통하는 날로 각박해지는 시대에, 과거를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의 그룹, 추억의 비주얼, 추억의 사람들로 복고 열풍을 재점화한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 같은 높은 호응의 기저에는 당대 특정한 정서와 이에 소구하는 대중의 욕구가 존재했다는 점이다. 젝스키스를 본격적으로 소환한 데는 ‘무한도전’의 역할이 지대했다./ purpli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