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뜨겁게 사랑했던 유시진을 보낸다. 배우 송중기는 KBS 2TV ‘태양의 후예’를 통해 특전사 유시진을 연기, 제대 후 성공적인 복귀를 마쳤다. 송혜교와의 멜로 케미스트리(조합)는 물론 그의 대사는 모두 명대사로 오를 만큼 전 국민은 ‘송중기 앓이’에 빠졌다. 작품은 14.3%(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이하 동일기준)의 시청률로 시작해 38.8%로 마무리했고, 송중기는 국내는 물론 중화권에서까지 인기를 얻으며 그야말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는 송중기의 ‘태양의 후예’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인기를 실감하듯 현장에는 국내 100여 개의 매체가 자리했다. 송중기는 이 자리에서 드라마 종영 소감을 전하며 유시진 역으로 살았던 3개월의 시간을 돌아봤다.
시청자들의 다양한 반응은 그만큼 뜨거웠던 관심을 입증한다. 김은숙 특유의 쫄깃한 대사들과 로맨스 전개, 배우들에 대한 호평도 있던 반면 다소 오글거리는 대사라거나 개연성에 대한 지적도 나왔던 것이 사실. 송중기는 그들의 의견을 모두 존중하면서 동시에 배우로서 자신의 연기에 대한 자신감과 김은숙 작가에 대한 믿음도 드러냈다.
다음은 송중기와 나눈 일문일답
-국내외 신드롬급 인기를 실감하는가.
최근 홍콩에 드라마 프로모션으로 다녀왔다. 그전까진 저도 기사로만 해외 반응을 듣고 있었지 직접 몸으로 느낀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그런 점에서 홍콩 프로모션은 의미가 있었다. 정말 해외 팬분들도 우리 드라마를 많이 사랑해주시고 계시구나를 직접 느꼈다. 프로모션이 끝나고 한 잡지화보를 촬영하는데 사진작가님과 몰래 나가서 길거리에서 사진 찍었다. 그때 (인기를) 많이 느꼈다. 얼떨떨했다. 놀랍기도 했고 굉장히 기쁘기도 했다.
-‘태양의 후예’를 하면서 어떤 자신감을 얻었나.
평소 내 생각이 맞았구나하는 걸 한 번 더 깨닫는 계기가 됐다. 현장에서 작품을 해올 때마다 으쌰으쌰 하는 편인데 모든 구성원들이 작품 안에 들어와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으로서의 책임감이기도 하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번 드라마는 해외 촬영도 있었고 시간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힘든 상황이 많았다. 자신감 붙었다면 이런 부분이 아닐까.
-다소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작품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제작사 대표님과 매니저 형께서 같은 말을 하신 적이 있다. 괜한 오해가 될까봐 너무나 대단한 작품이라 감히 언급할 수 없지만, 널리 회자되는 그런 작품을 만들어보자고 하셨다. 그렇다면 배우인 제 입장에서는 이렇게 대본이 좋은데 잘 표현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들었다. 여러 의견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많이 회자되는 작품이 됐다는 점에서 상당히 영광이다. 이면에는 다양한 의견이 있고 비판이 있는 것도 안다. 저 스스로는 유시진이라는 역할을 굉장히 만족스럽게 잘 끝냈다. 다양한 의견은 무조건 존중한다. 드라마는 시청자의 것이기 때문에 그분들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김은숙표 오글거리는 대사 소화한 소감은 어떠한가.
일단 대사에 대한 건 취향 차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느끼는 분이 있다면 그분들의 의견도 존중하는 바다. 저는 개인적으로 작가님이 주신 대사를 연기하면서 오글거린다곤 그렇게 많이 느끼지 않았다. 혹여나 시청하시는 분들 입장에서 대사를 그렇게 느끼시는 분이 있다면 제가 가진 제 색깔로 같이 융화시키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것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다. 서로의 단점을 서로의 장점으로 보완하며 제 일은 조직예술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했다.
-유시진은 불사조냐는 반응을 들었나.
불사조 맞는 것 같다. 많이 살아 돌아오더라.(웃음) 저는 그런 부분들이 연기하는 입장에서 마음에 든 부분이었다. 뭐니 뭐니 해도 저희 드라마 장르는 멜로라고 생각했고 어떠한 설정도 다 멜로를 강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굉장히 만족하고 작가님들의 설정을 존중하는 부분이다. 특히 15회에서 유시진이 돌아오는 거 보면서 ‘어우 어떡해!’라며 저도 많이 뭉클했던 것 같다. 그때 배우들과 메신저 대화도 많이 나눴는데 다들 뭉클했다고 하더라.
-명대사와 '다나까' 말투로 사랑을 받았는데 가장 마음에 든 대사는 뭔가.
사적으로도 많이 받았던 질문인데 좀 많다. 어제 광고촬영을 하고 있다가 대기실에서 1회부터 4회까지 연속방송을 하길래 봤다. 한 대사가 새롭게 보였다. 제가 모연에게 ‘졌다고 생각하지 맙시다, 어차피 내가 좋아하니까’라는 대사가 갑자기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또 15회 엔딩에서 살아 돌아와서 ‘그 어려운 걸 제가 해냈습니다’라고 말한다. 이 대사는 앞에도 많이 나왔는데 감정이 다르니까 또 다르게 들리더라. 똑같은 대사를 가지고도 여러 가지 감정을 담아내신 작가님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초심을 잃지 않는 방법이 있다면 뭘까.
제가 요즘 머릿속에 가장 많이 있는 질문이자 스스로에게 많이 하는 질문이 초심이다. 어떻게 보면 초심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 그릇은 예전보다 커졌는데 초심이 그대로 머물러있다면 초심을 담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초심은 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그릇이 커졌다는 건 책임져야 할 것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회사가 될 수도 있고 저를 사랑해주시는 팬분들도 생겼다. 그분들에게 절대 실망시켜드리면 안 된다는 의미다. 차태현이 그런 의미에서 그릇이 큰 배우다. 제가 한 모든 행동은 그 형에게 배운 게 많다. 그리고 진정한 한류스타는 송혜교 선배와 아시아프린스 이광수라고 생각한다.(웃음) / besoda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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