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힙합의 민족’, 할미넴 열정과 눈물에 리스펙을!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6.04.16 10: 46

8명의 할머니 래퍼들의 열정이 대단하다. 평균나이 65세에 힙합무대라니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한 번도 서보지 않았던 클럽 무대에서 젊은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고 처음 랩에 도전하는 할미넴들의 열정, 그리고 이들의 마음 속 상처와 눈물이 담긴 무대에 ‘리스펙’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지난 15일 방송된 JTBC ‘힙합의 민족’에서는 지난주 이용녀, 최병주에 이어 김영임, 이경진, 염정인, 문희경, 양희경, 김영옥 등 6명의 할미넴들의 무대가 공개됐다. 이날 할머니 래퍼들은 ‘인생송을 힙합송으로 불러라’라는 주제로 자신의 얘기를 담은 무대를 선보였다.
할머니 래퍼들이 평균 나이 65세인만큼 이들이 살아온 인생은 젊은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정도였다. 김영옥은 일제 치하에 태어나 6.25 전쟁을 겪었고 소리꾼 김영임은 판소리를 하려다 어머니의 반대로 머리카락까지 잘리는 상황에서도 이불 속에서 소리를 연습했다.

할미넴들은 자신의 인생을 랩 가사에 담아 노래를 선곡하고 편곡하고 틈틈이 연습해 무대에 올랐다. 김영임은 김수철의 ‘별리’를 선곡해 딘딘과 함께 랩 가사를 써내려갔다. 주제가 ‘인생송’인 만큼 김영임은 과거 소리를 시작했을 때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김영임은 “처음에 소리한다고 엄마한테 꾸중 받았다. 소리 한다고 머리 막 잘리고 그랬다. 머리카락을 잘라서 밖에 못나가게 했다. 다른 사람한테 들릴까봐 솜이불 뒤집어쓰고, 항아리 속에 머리 처박고 소리했다”고 털어놓았다. 담담한 모습으로 당시를 회상했지만 김영임의 아픔이 담긴 가사였고 그가 왜 그토록 국악 얘기만 나오면 열변을 토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고백이었다.
김영임은 국악리듬과 판소리를 더한 무대로 강렬함을 선사했다. 무대 후 김영임은 “이 가사가 스토리가 있는데 가장 필요한 건 소리뿐, 김영임은 죽지 않았다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내 기를 올려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경진의 무대 또한 뭉클했다. 이경진은 연애 안한지 10년이 넘었다는 얘기와 함께 유방암 투병으로 37kg까지 빠졌다는 얘기로 한해와 키디비를 놀라게 했다. 이경진은 “이러다 죽는 거지 싶고. 그 심정을 알아줄 사람이 아무도 없더라”라며 고른 노래는 가슴이 답답할 때 노래방에 가서 부르는 양수경의 ‘당신은 어디 있나요’였다. 이상형에 대한 가사로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특히 이경진은 거듭되는 연습으로 성대결절까지 온 상황에서 무대를 이어갔다. 무대 중 노래하는 부분에서 이경진은 목소리가 갈라져 노래를 부를 수 없을 정도였지만 관객들의 격려로 무대를 마쳤다. 무대 후 이경진은 “이 무대에 선 것만으로 영광이고 행복하다. 이걸 하는 동안 신인 때 대사가 많아서 너무 힘들었던 생각, 암 투병 당시 수술대에 오르던 기분까지 느껴졌다”며 결국 눈물을 보였다.
염정인 또한 가슴 아픈 상처를 담은 가사를 선보였다. 염정인은 “두 아들에게 미안한 건 가정을 지켜주지 못하고 이혼을 했는데 우리 아들들 가슴에 못을 박은 거 같다. 평생 안고 가야할 미안함이다. 내 무대를 보고 기뻐하긴 하겠지만 우리 아들들은 아플 거다. 엄마가 힘들까봐”라고 털어놓으며 눈물을 보였다.
염정인은 두 아들을 향한 랩 가사를 무대에서 선보이며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무대를 소화했고 관객들은 물론 두 아들에게 “최고”라는 소리를 들었다.
마지막으로 김영옥은 일제 치하에 태어나 6.25까지 겪었다. 김영옥은 이미자의 ‘여자의 일생’을 선곡하며 “그 시대를 살았던 여자라면 누구나 공감하지 않겠나”라며 무대를 준비했고 몬스타엑스의 주헌과 함께 유쾌한 무대를 선보였다.
‘힙합의 민족’ 할머니 래퍼들 중 맏언니 김영옥은 80세, 막내는 51세. 새로운 것, 그것도 젊은 사람들의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랩에 도전하며 뜨거운 열정과 눈물을 보여준 할머니 래퍼들이 앞으로 계속해서 보여줄 무대가 기대된다. /kangsj@osen.co.kr
[사진] JTBC ‘힙합의 민족’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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