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참가자보다 주목받지 못한 무대였다. 우승을 하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오프닝도, 클로징도 아니었다. 하지만 정은지 김병규가 꾸민 무대는 안방 시청자에게 깊은 울림을 남기기 충분했다.
15일 오후 MBC 예능프로그램 '듀엣가요제' 두 번째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이날 정은지는 지난 설 특집에 이어 또 한번 '듀엣가요제'에 출연해 지난주 우승자인 EXID 솔지-두진수 팀과 가창력을 겨뤘다.
정은지는 함께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를 일반인 참가자를 찾기위해 수많은 신청자의 오디션 영상을 자세히 살폈다. 그 가운데 우동집 래퍼 김병규를 주의깊게 살폈고 가출한 사연을 보고는 이내 멈춰섰다.
그는 "가수의 꿈을 고집하다가 집에서 쫓겨난 것이냐"며 제작진에게 질문했고 제작진이 "제 발로 나왔다"고 대답하자 "이 친구(김병규)의 마음을 나도 이해하지만 가출은 안 된다"며 자신의 일처럼 안타까워했다.
이후 정은지는 김병규가 가출해 아르바이트 하는 우동가게를 찾았다. 그는 함께 듀엣무대를 꾸미자고 제안, 동시에 집에 돌아갈 것을 권유했다.
특히 정은지는 김병규를 친동생 마냥 대했고 "집은 언제 나왔느냐" "부모님에게 그러면 안 된다" "철이 없다" "부모님이 집을 나가라고 해서 정말 나가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타일러 눈길을 끌었다.
정은지의 잔소리는 매서웠지만, 진심이 통했던걸까. 김병규는 자신에게 듀엣무대를 함께 하자고 찾아온 다른 가수 에릭남 현진영 대신 정은지를 선택했다.
이후 두 사람은 god의 '어머님께'로 무대에 올랐다. 어머니를 향한 사랑을 뒤늦게 깨닫고 후회하는 자식의 이야기를 절절하게 담은 가사가 인상적인 곡.
특히 김병규는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자작랩으로 소화해 감동을 자아냈고 정은지 또한 섬세한 감정처리와 시원한 고음으로 곡의 풍성함을 더했다.
어린시절 아이돌을 꿈꿨던 정은지. 현재 국내를 대표하는 걸그룹 리더로 이름을 올렸다. 그간 자신을 믿어주고 지지한 부모님에게 바치는 듯 '어머님께'를 열창했고 동시에 자신과 같은 꿈을 어렵게 지켜가는 동생같은 김병규를 위한 것 마냥 '어머님께'를 불렀다.
김병규 또한 마찬가지. 성공한 가요계 선배이자 누나같은 정은지의 잔소리에 자신의 첫 무대에서 열정적인 랩 실력을 보였고 아들의 꿈을 응원하기보다 반대하는 부모님이지만, 다시 한번 랩으로 손내밀었다. 두 사람이 함께부른 '어머님께'는 우승의 기쁨을 맛볼 순 없었지만, 안방 시청자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듀엣가요제' 우승은 솔지-두진수를 제치고 현진영-조한결이 1승을 차지했다./sjy0401@osen.co.kr
[사진] MBC '듀엣가요제' 방송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