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장근석이 Mnet ‘프로듀스 101’을 통해 국내 활동에 박차를 가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 해도 대중은 반신반의했다. 101명 걸그룹 준비생들의 매니저 격으로 출연한다지만, 대표 진행자로서 프로그램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 역할이었던 까닭이다. 오랜 연예계 활동 중 예능 출연은 의외로 드물었던 그가 잘 해낼 수 있을지를 걱정하는 시선이 따랐다.
그러나 장근석이 고정 출연한 예능을 살펴 보면, 그는 대부분 진행자였다. ‘프로듀스 101’이 진행될수록 MC 장근석의 팬이 늘어났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2회로 나뉘어 방영된 연습생들과의 첫 대면 때는 특유의 캐릭터를 유감 없이 드러내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더니, 이후로는 ‘알파고’라 불릴 정도로 중립적인 진행을 선보였다. 생방송일 때 오히려 그는 더 강했다. 톡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을 쏟는 소녀들 사이에서 장근석이 중심을 잡지 않았다면 프로그램은 겉잡을 수 없을 만큼 축축해졌을 터다.
진행자 장근석이 이러했다면, 지난 15일 방송된 Mnet ‘프로듀스101 비하인드’에서는 ‘장대표’ 장근석의 모습이 돋보였다. 무대 아래 장근석은 모든 연습생을 똑같이 대하면서도 한 명 한 명을 세심히 챙겼다. 혹여나 101명 가운데 그의 ‘아픈 손가락’이 있었단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그는 모두에게 평등했다. 이러한 그의 모습은 진행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났다.
이날 방송에서 공개된 ‘프로듀스 101’의 첫 번째 프로젝트곡 ‘픽 미’ 스페셜 무대 뒷편에서, 장근석은 시종일관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카메라에 클로즈업되니 머리 모양과 표정을 항상 신경쓰라는 충고도 그의 말이었고, 녹화가 끝나자마자 “베리 나이스”라며 환호를 지른 것도 그였다. 놀랍도록 냉정하면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았다.
이후에는 사비로 101명 연습생에게 줄 치킨을 사들고 각각의 대기실을 하나하나 방문하며 격려했다. “내 돈으로 산 거다”라며 볼멘소리를 늘어놨지만 치킨을 맛있게 먹는 소녀들을 보며 가장 흐뭇한 미소를 지었던 것도 장근석이다.
그의 사전에 열외란 없는지, 장근석은 매번 모든 대기실을 찾아가 모든 연습생들과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나눴다. 연습생들이 잠을 많이 자지 못한 채 무대에 오른다는 소리를 듣고 방돌이를 하며 “너희 3시간 밖에 못 잤다며. 건조하니까 물 꼭 챙겨 먹어”라는 멘트를 반복하는 장근석의 모습이 찡한 감동을 줬다. 장근석은 방송 말미 “연습하면 성장할 수 있고, 연습만이 살 길이라는 것을 느꼈다”며 “‘장대표’로서 저희 ‘프로듀스 101’의 대표 가수가 빨리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녀들의 멋진 열정과 꿈 응원하겠다”며 종영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완벽한 진행자이면서 소녀들의 진짜 조력자가 된 장근석의 모습이 드라마 ‘온에어’ 속 장대표(이범수 분)와도 겹치는 듯하다. 누구보다 소속 연예인에게 엄격하면서도, 애정 담뿍 담긴 눈빛으로 그를 돌보는 양이 로맨스 드라마의 매니저를 떠올리게 할 지경이다. 그러니, 시즌2를 만들더라도 ‘장대표’는 꼭 다시 돌아오길 기대해 본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프로듀스101 비하인드’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