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시대극 속 외국인 악당의 8할은 일본인 캐릭터일 것이다. 지리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워낙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가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긴 현상이다. 일본인 캐릭터는 여러 작품 속에서 줄곧 한국인 배우의 차지였다. 최근에 들어서는 '대호'의 오스기 렌이나 '동주'의 재일교포 배우 김인우처럼 일본에서 전문 배우로 활약하고 있는 이들이 출연을 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효율적인 측면이나 한국 관객과의 소통 면에서 한국인 배우들이 일본인 배역을 맡는 경우가 많다.
일본인 역할을 소화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누가 봐도 일본인처럼 보이는 위화감 없는 외모가 중요할 것이다. 거기에 언어 능력까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 일본인 역할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다섯 명의 배우를 꼽아봤다.
# 류승룡_'명량' 구루지마
최근 가장 빛났던 일본인 역할 중에서는 이 배우를 빼놓을 수 없다. 류승룡은 영화 '명량'에서 강렬한 일본인 연기로 관객들의 몰입을 도왔다. 그의 배역은 잔혹한 성격과 뛰어난 지략을 지닌 용병 구루지마다. 류승룡은 이 영화에서 내내 속을 알 수 없는 구루지마 역을 강렬한 카리스마로 소화했다. 주인공이 이순신 역을 맡
은 최민식이었다면, 류승룡은 그와 대척점에 선 인물이었기에 제2의 주인공이나 다름 없었다.
# 조진웅_'명량' 와키자카
조진웅 역시 '명량'에서 일본인 장수 와키자카 역으로 강렬한 연기를 보여줬다. 와키자카는 극 중 류승룡이 맡은 구루지마와의 기싸움에서 열세를 면치 못했는데, 그래서인지 다소 연민을 자아내는 모습이 웃음의 포인트로 작용하기도 했다. 특히 조진웅은 이 구루지마 역을 위해 삭발을 감행하는 투혼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얼마 안 있어 결혼을 하게 되는 바람에 자신의 결혼식에서 가발을 착용하는 해프닝을 벌였다고 알려져 웃음을 준다. 조진웅은 '명량' 뿐 아니라 다른 작품에서도 유독 외국어를 쓰는 역을 많이 맡으며 외국인을 표현하는 데 특별한 재능을 발휘했다.
# 박성웅_'해어화' 기요시
박성웅도 일본인 역할에 도전했다. 영화 '해어화'에서다. '해어화'에서 박성웅이 맡은 역할은 1940년대 일제시대 조선을 다스리던 경무국장 기요시다. 기요시는 주인공 일패 기생 소율(한효주 분)을 지지해 주는 후원자로, 예인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인물. 박성웅은 이 영화에서 모든 것을 손에 잡고 뒤흔들 수 있는 일제시대
관리의 파괴력을 보여주며 류승룡, 조진웅 못지 않게 자연스러운 일본인 연기를 소화해냈다.
# 신현준_'장군의 아들' 하야시
일본인 역할, 하면 하야시 신현준을 빼놓을 수 없다. 신현준은 데뷔작인 영화 '장군의 아들' 시리즈에서 일본인 야쿠자 하야시 역을 맡아 크게 주목을 받았다. 첫 영화라 신현준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 당시의 관객들은 그가 진짜 일본인이라는 착각을 하기로 했다는 후문. 뭐니뭐니 해도 진짜 일본인이라는 착각을 일으킬 만큼 낯설고 이국적인 외모가 사실감을 주는 데 한몫했다.
# 김재욱_'덕혜옹주' 다케유키
사실 김재욱은 지금까지 영화에서 일본인 역을 맡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하지만 그는 올해 개봉하는 '덕혜옹주'에서 덕혜옹주의 일본인 귀족 남편 다케유키 역을 맡아 활약할 예정이다. 김재욱의 일본인 연기가 기대감을 모으는 것은 원어민 못지 않은 일본어 실력 때문이다.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김재욱은 일본에서 태어나 8살이 될 때까지 일본에 체류했다. 유창한 일본어는 배우로서 그의 특기다. 개봉을 앞둔 영화 '두 개의 연애'에서도 그는 박규리와 함께 유창한 일본어 실력을 보여주는데, 이후 선보일 첫 일본인 역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만큼 뛰어나다. /eujenej@osen.co.kr
[사진] '장군의 아들', '명량', '해어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스틸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