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김지수는 가냘픈 몸매 때문에 힘이 약해 보인다. 그간 다양한 배역을 맡아왔지만 동양적이고 청순가련한 역할을 주로 맡아온 것도 한 요인일 터. 그러나 이러한 점이 그녀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다.
tvN 금토드라마 ‘기억’(극본 김지우, 연출 박찬홍)에서 알츠하이머에 걸린 남편 박태석(이성민 분)을 먼발치에서 안타깝게 바라보는 아내 서영주(김지수 분) 역을 맡아 시청자들이 가슴을 죄며 지켜보게 만들고 있다.
지난 16일 방송된 ‘기억’ 10회에서 태석의 병세가 점차 심해져 아들 정우(남다름 분)앞에서도 기억을 잃기 시작했다. 영주의 마음이 내려앉는 순간을 김지수가 잘 표현해내야 했다.
이날 태석은 밤늦게 귀가하는 정우를 학원 앞으로 마중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고 헤맸다. 조수석에 앉아 있던 정우는 아빠를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봤고, 집으로 돌아와 엄마(김지수 분)에게 아빠의 건강을 걱정했다.
남편의 병을 알지만 차마 아들, 딸에게 이야기할 수 없는 영주의 심정을 김지수가 인상 깊게 표현해냈다. 쉴새없이 눈물을 흘려야 하는 연기가 필수인데, 섬세한 감정선을 가진 덕분인지 어김없이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태석을 연기하는 이성민은 최근 김지수와 연기호흡을 맞추다가 대본에 없던 눈물을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영주에 몰입한 김지수에게 감정이입이 된 것으로 보인다.
1992년 SBS 공채 2기로 연기자가 된 김지수는 지금까지 보여준 많은 역할들 가운데 서영주 캐릭터로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본격적인 눈물 연기로 승부를 건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슴 찡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영주의 내밀한 감정이 김지수의 섬세한 연기와 만나 감성적으로 다가온다. 대사가 없더라도 그녀의 표정, 행동 연기 하나 하나가 캐릭터를 더욱 더 눈물로 얼룩지게 만든다.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렁거리게 만드는 배우임에 틀림이 없다./ purplish@osen.co.kr
[사진] ‘기억’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