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투수의 어깨는 쓰면 쓸수록 닳는다고 말한다. 물론 이에 반대되는 ‘단련론’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점차 투수 활용은 철저한 ‘분업화’로 가는 추세다. 메이저리그(MLB)에서는 투구수나 이닝 제한이 점점 철저해지는 분위기가 읽힌다.
이런 흐름에서 지난해 첫 144경기 체제를 경험한 KBO 리그의 화두 중 하나가 바로 몇몇 불펜 투수들의 잦은 등판과 투구수였다. 그렇다면 이들은 올 시즌 초반 지난해 ‘많이 던진’ 여파를 받고 있을까, 아니면 단련된 어깨가 별다른 문제를 드러내지 않고 있을까. KBO 공식 기록업체인 ‘스포츠투아이’의 기록을 토대로 시즌 초반을 살펴봤다.
이를 숫자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지난해와 비교한 객관적인 성적, 구위의 기본이 되는 빠른 공의 평균 구속과 피안타율이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구위가 떨어지면 필연적으로 성적도 저조해지기 마련이고 피로도가 쌓이면 구속도 떨어진다. 구속의 경우는 보수적으로 생각해 올 시즌 구속과 지난해의 평균 구속을 비교했다. 시즌 초반에는 상대적으로 힘이 있는 편이다. 멀쩡한 상태라면 지난해의 ‘평균 구속’보다는 최소 비슷하거나 약간 높아야 정상이다.

지난해 혹사 논란이 있었던 마당쇠들의 이 부분들을 살펴봤다. 물론 아직 시즌 초반이라 표본이 적다는 점에서 명백한 한계도 가진다. 1살을 더 먹으면서 찾아오는 노쇠화나 상대의 분석 등 다른 변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역시 논란이 있었던 조상우 한현희(이상 넥센)는 팔꿈치 수술을 결정했으며 홍성민(롯데)은 어깨 통증으로 쉬고 있어 이번 조사에 포함되지도 못한 채 아웃됐다. 전유수(SK)는 허리 통증으로 아직 1군 등판 기록이 없다.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다. (2016년 성적은 4월 15일 현재)
권혁(한화) - 78경기, 112이닝, 2098구(불펜 1위, 전체 30위)
2015년 성적 9승13패17세이브6홀드, 평균자책점 4.98, 직구 평균구속 142.8㎞
2016년 성적 1홀드, 평균자책점 4.32, 직구 평균구속 142.3㎞
권혁은 지난해 초반 한화 불펜의 수호신이었다. 빠른 공에는 힘이 있었다. 빠른 공 하나로도 타자들을 요리할 수 있을 정도였다. 4월 한 달 동안 권혁의 9이닝당 탈삼진은 9.62개, 피안타율은 2할4푼2리였다. 140㎞ 중반대의 힘 있는 공이 많았다. 올해도 피안타율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다. 62.4%에서 59.2%로 내려간 스트라이크 비율은 일시적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빠른 공 최고 구속은 지난해 평균에 못 미친다. 145㎞ 이상의 공이 별로 없다. 권혁은 빠른 공 위주의 투수다.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는 본의 아니게 화제를 모을 것으로 보인다.
장시환(kt) - 47경기, 74⅔이닝, 1229구
2015년 성적 7승5패12세이브, 평균자책점 3.98, 직구 평균구속 147.7㎞
2016년 성적 7경기 평균자책점 2.00, 직구 평균구속 147.1㎞
장시환의 특이점은 2이닝 이상의 긴 이닝 투구가 많았다는 것이다. 팀 사정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는 했다. 올해 초반은 지난해와 큰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다만 빠른 공 평균구속은 조금 떨어졌다. 여전한 강속구이기는 하지만 빠른 공 피안타율도 2할6푼3리에서 3할3푼3리로 올랐다. 다만 지난해 초반만큼 많은 이닝을 던질 필요가 없는 상황이 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송창식(한화) - 64경기(선발 10경기), 109이닝, 2049구
2015년 성적 8승7패11홀드, 평균자책점 6.44, 직구 평균구속 138.6㎞
2016년 성적 1패, 평균자책점 13.11, 직구 평균구속 137.1㎞
최근 논란이 된 주인공. 지난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엄청난 헌신을 보여준 송창식은 올해도 그런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기록에서 저하된 모습을 보인다. 초반 성적은 둘째 치더라도 구속이 급격하게 떨어진 것은 우려를 모을 수도 있는 대목이다. 빠른 공 피안타율은 지난해 2할8푼8리에서 4할2푼4리까지 치솟았다. 이 정도의 차이라면 “치기 쉬운 공”이 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김성근 감독은 “밸런스의 문제”라고 했지만 왜 밸런스가 잡히지 않는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최금강(NC) - 78경기, 89⅔이닝, 1503구
2015년 성적 6승5패1세이브14홀드, 평균자책점 3.71, 직구 평균구속 138.6㎞
2016년 성적 1승 평균자책점 15.00, 직구 평균구속 136.9㎞
2013년 33⅔이닝을 던진 것이 자신의 최다 이닝이었던 최금강은 지난해 90이닝 가까이를 소화했다. 78경기에 나선 것도 특이사항. 자주 마운드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1이닝 이상 소화 경기도 많았다. 공교롭게도 올 시즌 초반 성적이 좋지 않은 편으로 우려를 사고 있다. 당분간은 2군에서 재조정 시간을 가질 예정. 빠른 공 평균구속이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피안타율도 높아졌다. 올해 피안타율은 지난해(.273)보다 배로 뛴 5할3푼3리다.
조무근(kt) - 43경기, 71⅔이닝, 1213구
2015년 성적 8승5패4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1.88, 직구 평균구속 141.1㎞
2016년 성적 평균자책점 12.00, 직구 평균구속 140.7㎞
지난해 알게 모르게 많은 이닝을 소화한 선수다. 1군 첫 시즌을 맞이하는 선수치고는 많은 경기·이닝을 소화했다. 여기에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11월 프리미어12 대표팀에서도 뛰었다는 사실이다. 올 시즌 초반 부진이 그 때문인지는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휴식 기간이 조금 짧았다”라는 이야기는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빠른 공이나 아주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슬라이더나 구속 자체는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피안타율은 올랐다. 빠른 공 피안타율은 5할, 슬라이더는 3할7푼5리에 이른다. 헛스윙률은 지난해 13.1%에서 9.0%로 떨어졌다.
박정진(한화) - 76경기, 96이닝, 1644구
2015년 성적 6승1패1세이브15홀드, 평균자책점 3.09, 직구 평균구속 138.6㎞
2016년 성적 1승, 평균자책점 2.57, 직구 평균구속 136.5㎞
권혁 송창식과 함께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불혹의 나이에 지나치게 많은 경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있었다. 결국 시즌 막판에는 제대로 전력화되지 못한 채 시즌이 끝났다. 오키나와 연습경기 출전도 최소화하는 등 어깨 보호에 신경을 썼다. 다만 빠른 공과 슬라이더(128.9㎞→128.2㎞) 구속은 모두 줄었다. 특히 주무기인 슬라이더의 피안타율이 높아졌다. 1할에서 2할9푼4리로 올랐다. 김성근 감독은 “연투를 힘들어 한다”고 했다. 연투를 자주 하던 선수가 불과 반년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는 살필 필요가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