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게 ‘인생 연기’가 아니면 뭘까.
유이가 주변의 우려를 씻은 듯이 날리고 ‘유이=강혜수’라는 공식을 완성시키며 흠 잡을 데 없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MBC ‘결혼계약’ 속 강혜수는 뇌종양에 걸린 인물인데, 유이가 그 어렵다는 아픈 연기도 척척 해내며 안방극장에 눈물바람을 불러온 것.
무엇보다 전작인 SBS ‘상류사회’에서 살짝 불안한 연기를 보여줬던 유이의 놀라운 성장이 빛을 발하고 있다. 배우 유이 혹은 애프터스쿨의 유이가 아닌 온전히 강혜수라는 인물로 보이는 그의 모습이 시청자들이 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장족의 발전에 많은 이들의 박수가 향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지난 16일 방송된 MBC ‘결혼계약’에서는 이러한 유이의 연기력이 극에 달했다. 이날 방송에서 혜수(유이 분)와 지훈(이서진 분)은 마침내 시한부의 사랑을 시작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혜수는 지훈을 위해 그를 끊임없이 밀어냈고, 주위 역시 두 사람을 방해하는 일들뿐이었지만, 서로를 향한 사랑은 숨길 수 없었던 것.
사실 혜수는 지훈과 그의 미래를 위해 관계를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했었다. 힘든 치료도 혼자 견뎌내려 했고, 한정훈(김영필 분)과 손잡은 사채업자가 자신을 찾아와도 지훈에게 아무런 언질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훌쩍 혼자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은성(신린아 분)을 영희(정경순 분)에게 맡긴 채 떠난 혜수는 지훈과 함께 걸었던 해변을 걸으며 생각에 잠겼고, 홀로 눈물지었다. 해가 저물자 고통의 시간이 시작됐다.
밤새 고통으로 인해 몸부림치던 혜수는 “지금 어디 있는 거야, 아무 일 없이 잘 있다고만 알려줘”라는 지훈의 목소리를 듣고 마침내 용기를 냈다. ‘지훈 오빠’로 저장된 단축번호 1번을 누르고 “난 앞으로 점점 더 엉망이 될 거에요. 당신이 알고 있는 여자가 아닌 게 될지도 몰라요. 그래도 괜찮아요?”라고 물었다.
늘 거부만 했던 혜수가 처음으로 용기 낸 순간이자, 이를 연기하는 유이의 진한 감성이 폭발이 순간이기도 했다. 실제로 아픈 것처럼 고통에 못 이겨내는 신음소리나 혈색 없는 얼굴, 그리고 이서진을 향한 애달픈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
걸그룹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는데 성공한 유이의 연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훈과 본격적인 사랑을 시작함과 동시에 병세가 악화될 혜수의 모습을 어떻게 그려낼지 시청자들의 기대와 궁금증이 향하고 있다. 과연 여전히 무궁무진한 유이의 잠재력은 어떤 식으로 빛을 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결혼계약’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