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가 등장하지만, 뻔한 신파는 아니다. 휴먼 드라마 냄새가 짙지만, 감동에 치우쳐 극의 치밀한 전개를 포기하지도 않았다. tvN 금토드라마 '기억'의 이야기다.
'기억'(극본 김지우, 연출 박찬홍)은 그야말로 참 오묘한 드라마다. 기본적인 줄기야, 변호사 박태석(이성민 분)이 갑작스럽게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나서, 이제까지의 자신의 삶을 되짚어보며 변해가는 모습을 다룬다는 스토리다. 그 과정에서 앞서 변호했던 사건들, 해결하지 못했던 아들의 뺑소니 사고, 이혼, 아들의 따돌림과 학교 폭력 등 여러가지 사건들이 중첩된다.
어찌보면 '알츠하이머에 걸린 변호사'라는 큰 줄기가 드라마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오히려 방해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기억'은 훨씬 더 깊은 사회 전반의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또한 그 전개 방식에 있어 치밀한 짜임새로 각종 복선들이 뒤엉키며 보는 재미를 더한다.
앞서 '복수' 3부작 시리즈로 호흡했던 박찬홍 PD와 김지우 작가 콤비가 만들어낸 완성도다. 전작 '시그널'의 흥행에 묻히거나, 단순 신파로 치부하기엔 아쉬운 작품이기도 하다. 왠지 눈물 콧물을 다 짜게 만들것만 같았던 기본 줄기 때문에 우려한 주말 시청층 진입이 어려울 뿐, '일단 한 번 보고 나면 빠져들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에는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작품이다. 믿고 보는 배우 이성민을 비롯한, 적재적소에 배치된 주조연 배우들의 조합 역시 환사적이다.
실제로 1~2회 이후 2%대로 내려앉았던 시청률은 지난 16일 방송된 10회로 다시 3%대로 회복했다. 그리고 여러가지 사건들이 한꺼번에 다각적으로 전개되는 현 모양새가 긴장감을 더하고 있어 기대감도 매회 높아지는 상황. 앞으로의 전개가 더욱 궁금해지는 '기억', 이는 금, 토요일 안방극장의 단비 같은 작품임에 확실하다. / gato@osen.co.kr
[사진]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