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간 잠들어있던 이재진의 예능감마저 깨어났다. 캐릭터 만들기의 달인 유재석의 작품이었다. 방송 내내 투닥거리는 두 사람의 모습은 사뭇 진지했지만, 보는 이들은 왠지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지난 16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의 ‘토토가 시즌2’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많은 이들이 기다렸던 젝스키스와 멤버들과의 첫 만남이 그려졌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완전체’ 젝스키스의 모습에 감회가 새로운 가운데, 이재진의 엉뚱한 매력에 새삼 이목이 집중됐다.
이날 방송 초반 이재진은 오랜만의 방송 복귀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남들이 다 웃는 상황에서도 혼자 무표정으로 앉아있는가 하면, 반대로 다른 사람들은 웃지 않는 부분에서 혼자 빵 터지며 폭소한 것.
이에 유재석은 “제일 보고 싶었던 게 재진이다. 어떻게 지냈냐”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이재진은 “왜 이러세요”라고 정색하며 “이렇게 반가워하는 사람 처음 봤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이때부터 유재석과 이재진의 남다른 ‘케미’가 시작됐다.
이후에도 이재진은 “젝키 시절에 블랙 키스 3명만 사이가 안 좋았다”라고 폭로하거나 그의 솔로 활동 시절을 언급하는 하하에게 “어떻게 대답해야 되지? 다 틀렸는데”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모습으로 유재석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유재석 잡는 이재진의 활약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최근 미술 공부를 하고 있다는 말에 유재석이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하자 “왜 개그맨들에게는 웃겨 보라고 하고 미대에 다닌다고 하면 그림 그리라고 하는 거냐”라며 허를 찌르는 질문으로 유재석의 입에서 “만만치 않다”라는 말이 나오도록 한 것.
그 이후에도 초상화를 마음에 들어 한 유재석이 이를 챙기려고 하자 “제가 그린 그림인데 왜 가져가냐”라며 “제 거다”라고 말해 주변 사람들을 폭소하게 하기도 했다.
보다못한 장수원은 “이 형은 둥글한 게 없다. 모가 난 것. 모 아니면 도니까 정확하게 짚어주셔야 한다”고 짚어줬고, 유재석은 “이영표 해설위원인 줄 알았다”며 묵은 체증이 내려간 듯 속 시원한 표정을 지었다.
이처럼 유재석은 오랜만의 방송 출연으로 인해 다소 어색하게 굳을 수도 있었던 이재진의 모습을 “만만치 않다”라는 말로, 혹은 답답함을 억누르는 듯한 상황극을 통해 웃음으로 승화하며 하나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과연 다년간의 방송 경력이 헛되지 않은 ‘유느님’다운 캐릭터 설정 능력이었던 것.
다음 주부터는 고지용을 포함한 젝스키스와의 본격적인 ‘토토가 시즌2’가 시작된다. 과연 유재석의 도움으로 완성된 이재진의 예능감은 앞으로도 계속될지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가 기대된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무한도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