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까지 재밌을 줄 몰랐다. ‘진짜사나이’ 중년 특집이 예상외의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믿고 보는 특집으로 여겨지는 여군보다 강력하다는 게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군대에 대해 많이 아는데도 쩔쩔 매는 중년들의 군생활이 안방극장을 사로잡고 있다.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진짜사나이’는 현재 중년 특집이 방송되고 있다. 군대를 다녀왔거나, 사정상 현역으로 가지 못했던 중년 스타들이 함께 하는 구성. 경험했든 풍문으로 듣든 대한민국 남자이기에 군대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이 가득해 모두를 기함하게 하는 실수는 없다. 다만 많은 나이와 군대의 살벌한 분위기에 기가 죽어 발생하는 이해 가능한 실수만 있다.
평균 나이 46.7세인 이동준, 조민기, 윤정수, 석주일, 김민교, 미노, 배수빈은 조교의 불호령에 마른 침을 삼키고, 눈치를 보느라 바쁘다. 사탕이 보여도 혼날까봐 먹지 않는 조민기, 암기를 잘 하지 못해 신고에서 버벅거리던 이동준이 분대장으로 당선된 후 고개를 떨구며 앞으로의 고난을 예상하던 배수빈과 석주일.
중년 스타들 중에 혼이 나도 해맑은 이는 이동준뿐이었다. 그렇다고 사고뭉치는 아니었다. 이해 가능한 범주 안에서 실수를 벌였다. ‘연예계 핵주먹’으로 불리는 그였지만 충돌은 없었다. 아들뻘인 조교가 혼을 내도 별 다른 말을 하지 못하고 받아들였다. 다만 몸이 따라주지 않아 실수가 많을 뿐이었다. 그래도 스스로 분대장이 되겠다고 자청하거나, 자꾸 뒷짐을 진다고 지적하는 윤정수의 도움을 웃으며 넘어가는 예상 밖으로 유연한 성격이었다.
이 점이 중년 특집이 재미와 공감도가 높은 이유다. 군대에 대해 문외한은 없지만 어쩔 수 없이 적응 기간 동안 실수 연발의 훈련병들의 모습은 이 프로그램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남자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흔들었다. 중년 스타들의 고초가 용인될 수 있는 부분에서 벌어지고, 마치 군대를 장난처럼 여기는 것처럼 오해를 할 만한 행동도 하지 않기 때문. 스타들의 군대 생활에 대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이 땅의 군필자들에게 ‘인증 도장’을 받은 셈이다. 중년 스타들은 나이를 떠나서 군생활을 시작한 후 그 어떤 스타들보다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좌충우돌은 짠하기도 하고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친구 아들을 조교로 맞닥뜨린 조민기가 조교가 없는 사이 “친구 아들이다. 말 좀 잘 들어”라고 동기들에게 말하거나 딸과 같은 나이의 동기들의 장기자랑을 본 후 눈물을 보이는 모습은 아빠의 마음이 느껴져 안방극장을 뭉클하게 했다. 재미와 공감을 높인 것은 물론이고 감동 요소까지 있는 것. 여군 특집이 끝난 후 전파를 탄 중년 특집은 이 프로그램의 인기 특집인 여군을 뛰어넘는 즐거움을 안기고 있다. 아무도 예상 못한 신의 한 수였다. / jmpyo@osen.co.kr
[사진] ‘진짜사나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