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도전은 위대했다. 탈락보다 즐기는 것,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도전이라 더욱 멋졌다. 안방극장, 스크린 속 무서운 악역이 아닌 뽀송뽀송한 감정의 아빠 손병호를 볼 수 있었다.
손병호는 지난 17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에 출연해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1라운드에서 안드로메다와 무대에 오른 솔로몬은 특유의 재치로 무대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흥이 넘쳤던 듀엣 대결에 결과 아쉽게 패배했지만 도전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었다.
궁금했던 솔로몬의 정체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손병호. 데뷔 36년차 배우로 최백호의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를 부르면서 정체를 공개한 손병호는 특유의 쓸쓸한 감성을 고스란히 전달하면서 모두를 놀라게 하는 반전의 주인공이었다. 듀엣 무대 때와는 또 다른 손병호의 무대에 감탄이 이어졌다. 가면을 벗으면서 얼굴이 솜이 붙어 웃음까지 준 진정한 스타였다.
손병호의 이번 도전은 두 딸들을 위한 것이었다. 손병호는 "두 딸이 있는데 아이돌 음악을 너무 좋아하는데, '아빠는 왜 이런 걸 몰라? 음악 좀 들어'라고 한다. '요즘 노래는 잘 모르지만 우리 시대 때 나의 노래가 있다는 것을 들려줄게'하는 마음에서. 아빠도 노래를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이란 걸 알려주고 싶었다"라고 '복면가왕'에 출연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또 손병호는 "물론 1라운드 떨어졌다"라고 말해 웃음을 주더니, "떨어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도전하는 것, 내가 즐기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한다"라면서 딸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했다. 그의 경험에서 우러난 진짜 조언이었다. 아빠의 아름다운 도전으로 분명 그의 두 딸도 시청자보다 더 한 감동을 받고 깊은 깨달음도 얻었을 것.
거친 악역에서 감성 풍부한 배우로 무대에 선 손병호. 배우로서 쉽지만은 않았을 도전도 진심으로 즐겁게 해냈고, 딸들을 위해 용기 있게 무대에 나선 그라서 더 큰 박수를 주고 싶다.
손병호는 '복면가왕'을 끝내며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만들어준 것 같다. 노래하는 것은 즐거운 것 같다. 또 한 번 기회가 있다면 나오고 싶다"라고 말했다. 다시 한 번 무대에 서서 이번에는 빨라지지 않게 다시 최백호의 노래를 부르는 그가 보고 싶다. /seon@osen.co.kr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