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엄마와 아빠의 이름으로, 또 누군가는 팀을 알리기 위해 노래했다. 가면을 쓰고 오로지 목소리와 노래 실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자리에서 저마다 그 무대에 서는 이유는 다르고 특별했다.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은 색다른 재미로 초반부터 시청자들을 끌어들였다. 많고 많은 음악 예능, 그것도 노래 경연 포맷이지만 가면을 쓰고 정체를 숨긴 채 노래한다는 신선함을 더해 때로는 반전을, 도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복명가왕'에 출연한, 또 앞으로 출연할 많은 스타들을 보면서 가장 짜릿한 순간은 아무래도 가면을 벗고 무대에 설 때다. 노래를 부를 때도 감동이 있지만 가면을 벗고 정체를 밝히는 순간의 반전은 '복면가왕'을 보면서 제일 기다려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또 가면 속의 스타가 무대로 나와 정체를 공개하고 '복면가왕'에 도전하게 된 이유를 설명할 때, 그 감동은 두 배가 된다.
'복면가왕'은 많은 스타들의 재발견의 장이다. 아이돌 가수의 경우 '복면가왕'을 통해 가창력을 입증할 기회를 얻는다. 보이그룹 B1A4의 산들과 비투비의 육성재, 여자친구 유주가 그랬다. 정체를 숨기고 노래로만 자신을 표현하는 것은 아이돌 가수라는 데서 오는 편견을 깨주기에 안성맞춤이다. 지난 17일 방송된 '복면가왕'에도 보이그룹 소년공화국 멤버 원준이 출연해 그룹의 이름을 알리고, 가수로서의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아이돌뿐만 아니라 배우, 래퍼, 개그우먼, 아나운서 등 다양한 스타들이 노래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무대가 '복면가왕'이다. 노래 잘하는 배우 이성경과 래퍼 쌈디의 발견, 섹시한 이미지만 강조됐던 아이비와 춤만 부각된 가희가 얼마나 가수로서 노래로 평가받고 싶어 했는지 이 무대를 통해 알게 해줬다. 그만큼 가수들에게도, 또 배우나 래퍼들에게도 '복면가왕'은 그들의 기량을 발휘하기에 매력적인 무대다.
그런가하면 부모들의 도전도 눈에 띈다. 지난 17일 방송에서는 정체가 공개된 네 명의 참가자 중 세 명, 원미연과 손병호, 그리고 슈가 아이들 때문에 '복면가왕'에 출연하게 됐다고 밝혔다. 원미연과 슈는 아이들에게 자신이 가수였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손병호는 두 딸들에게 '아빠도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한 도전이었다.
특히 이들이 아이들에게 전하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는 두 배의 감동이다. 슈는 아쉬운 탈락에 "엄마 열심히 했다"라고 말하면서 눈물을 보였고, 손병호도 딸들에게 "탈락했지만 도전하고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들은 무대에 선 스타지만, 또 부모로서의 마음까지 느껴지는 무대였다. 그래서 더 뭉클했다.
무명의 가수들은 '꼭 목소리를 알리고 싶어서', 부모들은 '아이들을 위해', 아이돌은 '편견을 깨기 위해'라는 각자의 이유가 있어서 이들의 무대가 더 감동적이고, 시청자들도 '복면가왕'을 보고 듣고 맞히는 재미가 있는 것 아닐까. /seon@osen.co.kr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