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가 등을 돌렸다. 2014년 영화 '다이빙벨' 상영으로 시작된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의 갈등이 결국 부산시와 영화계의 갈등으로 번진 모양새다. 올해로 21회를 맞이하는 대한민국 대표 영화제는 이대로 좌초될 것인가?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범 영화인 비대위)는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BIFF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용관 집행위원장 등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전·현직 간부를 검찰에 고발한 것에 이어 신규 위촉된 68명의 BIFF 집행위원회 자문위원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고수한 부산시의 조치에 대한 항의의 의미다.
범 영화인 비대위는 "지난 1일부터 각 단체별 회원들에게 부산국제영화제 보이콧 찬반 여부를 묻는 수렴과정을 거쳐, 과반수 이상의 응답자 중 90% 이상이 찬성해 부산국제영화제 참가를 전면 거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범 영화인 비대위에는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여성영화인모임, 영화마케팅사협회 등 9개 영화 단체가 포함돼 있는데 이는 사실상 영화계 종사자 대부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앞서 범 영화인 비대위는 부산시에 서병수 시장의 조직위원장 사퇴 즉각 실행과 부산국제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정관 개정, 부산국제영화제 신규 위촉 자문위원 68명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철회와 부산국제영화제 부당간섭 중단 등을 요구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2014년 서병수 부산 시장이 상영 반대 의사를 표한 '다이빙벨' 상영을 강행했다. 이후 부산시는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를 지도·점검 했으며 이 과정에서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사퇴 권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올해 2월 서병수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부산시장의 조직위원장직 사퇴와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해촉을 발표한 바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산시의 갈등은 '정치적 중립'과 '영화제의 독립성'이라는, 두 가지 논점을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 부산시는 '다이빙벨'의 상영이 정치적 중립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며 영화의 상영 철회를 요구했고,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상영을 강행하며 부산시와 입장을 달리했다. 당시 영화인들은 '영화제에서는 프로그래머의 선택에 따라 영화를 상영할 수 있다'며 부산국제영화제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 측에 행해진 부산시의 조치는 '보복성'이라는 의혹을 받았다.
영화인들은 부산시의 이러한 간섭을 영화제의 독립성을 해치는 행위라 보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국내 영화인들은 부산국제영화제를 지지하며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을 지켜달라'는 내용의 'ISUPPORTBIFF' 시위를 시작했다. 또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해외 영화인들 112명도 공개 서한을 보내 부산국제영화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운명은 어떻게 흘러갈까? 사실상 정상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eujenej@osen.co.kr
[사진] 한국영화감독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