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드라마 안에서 이렇게 다채로운 연기를 펼칠 수 있는 배우가 몇이나 있을까. 마치 여러 편의 드라마를 한 번에 보는 듯한 배우 강지환의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이 극의 재미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코믹하다가 멜로 눈빛을 보내고, 고문 연기를 하다가 부모를 죽인 원수 앞에서 분노하기도 한다. 50부작을 이끌어나갈 힘이다.
MBC 월화드라마 ‘몬스터’(극본 장영철 정경순, 연출 주성우)는 이국철(강지환 분)이 자신의 부모를 죽이고 모든 것을 빼앗아간 변일재(정보석 분)을 향한 복수를 주된 내용으로 담는다. 총 50부작으로 평일 주중 프라임시간대 드라마 중에서는 비교적 긴 편에 속하는데, 그러려면 끝까지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하면서도 매주 시원하게 끌고나갈 힘이 필요하다.
강지환의 넓은 연기 스펙트럼이 여기서 더욱 빛을 발한다. 지난 18일 방송된 7회분에서는 코믹부터 첩보에 복수극까지 다채로운 드라마 장르를 만들어냈다.
먼저 코믹 연기는 역시 따라갈 재간이 없다. 마이클(진백림 분)과 마작 대결을 펼치다가 자신이 이기자 천연덕스럽게 “셀카 찍어놔야 돼”라고 하면서 휴대전화를 들고, 마이클을 미행하던 중 정체가 탄로할 뻔해 도건우(박기웅 분)와 커플인 척 입을 맞대고 말았다. 복수극이라고 해서 항상 우울하고 분노하지 않고 코믹한 모습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달달해지는 순간도 있다. 수연과 함께일 때는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다. 티격태격하다가도 수연을 향해 멜로의 눈빛을 보내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여자 맞네”라는 답에 수연으로부터 밀쳐져 수영장에 빠지는 장면은 웃음을 더했고.
개밥을 손으로 먹던 연기에 이어 또 한 번 고생스러운 장면이 펼쳐졌다. 이번에는 고문 연기였다. 손과 발이 묶이고 약물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전파를 탄 것. 얼굴이 시뻘게질 정도로 고통을 호소하는 강지환의 열연이 돋보였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고문을 한 마이클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 원수와 마주 앉아 분노를 토해내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시원함을 선사했다. 보통 50부작이라고 하면 정체를 밝히는 데만 반 이상을 소요하는데, ‘몬스터’의 경우는 달랐다. 7회에서 벌써 정체를 밝히며 속도감 있는 전개를 선보이고 있다. 빠른 전개를 선호하는 요즘 시청자들의 취향을 제대로 읽어낸 것.
몰아치는 강지환의 열연과 벌써부터 속도감 넘치는 전개는 50부작도 모자랄 만큼 힘이 있다. / besodam@osen.co.kr
[사진] '몬스터'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