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4일 첫 방송 이후 3월 한 달간 KBS '태양의 후예'는 방송계는 물론 OST로 가요계까지 장악했다. 이 때 나온 신곡들은 줄 세우기로 차트에 성벽을 세운 '태양의 후예' OST 군단에 밀리곤 했다. 가수들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법도.
하지만 한 달 뒤 상황이 바뀌었다. 여전히 '태양의 후예' OST의 저력은 남아 있지만 음악성, 대중성, 팬덤까지 확보한 아이돌들이 대 선전을 하고 있다. 5집 미니 앨범 '블루밍 피리어드'를 들고 돌아온 블락비와 솔로곡에 팬송까지 '윈윈'하고 있는 에이핑크가 주인공이다.
지난 11일 신곡을 발표하고 오랜만에 '완전체'로 컴백한 블락비는 오전 0시 타이틀곡 '토이' 공개 직후부터 각종 차트 1위를 휩쓸었다.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에서도 '태양의 후예', 십센치, 장범준 등 쟁쟁한 강자들을 제치고 정상을 차지했다.
일주일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토이'는 차트 5위권에 굳건히 들어서 있다. '태양의 후예'가 종영해 이전 같이 않은 파워를 내고 있다손치더라도 블락비의 활약은 고무적이다. 음원 차트는 아이돌 그룹에게 쉽게 상위권을 내주는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기 때문.
에이핑크도 강력한 원투 펀치를 내세웠다. 메인보컬 정은지가 처음으로 솔로 앨범을 꾸렸는데 18일 오전 0시 음원을 발표하자마자 1위를 접수했다. 직접 작사 작곡한 '하늘바라기'로 정상을 따내 감격은 두 배였다.
음원 발표 하루가 지난 19일 오전 9시 기준으로도 멜론 차트 1위는 정은지의 차지다. 그의 진심이 통한 셈. 이 시대의 모든 '아빠'를 향한 사랑과 감동을 담아 듣는 이들을 뭉클하게 만들고 있다. 이쯤 되면 믿고 듣는 정은지다.
그를 서포트하는 건 역시나 에이핑크다. 19일 데뷔 5주년을 맞아 팬 사랑을 가득 담은 팬송 '네가 손짓해주면'을 발표한 것. 이 곡 역시 발매 직후 차트에 껑충 뛰어올라 상위권에 골인했다. '태양의 후예' OST들을 비집고 10위권에 들어 팬들을 흐뭇하게 하고 있다.
흔히들 음원 차트는 아이돌에게 무덤으로 불린다. 아무래도 퍼포먼스가 돋보이는 아이돌이라 귀로 듣는 차트보다는 눈으로 보는 무대에서 더욱 빛나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공식이 깨졌다. 블락비와 에이핑크가 듣기 좋은 음악으로 차트에서도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 /comet568@osen.co.kr
[사진] 세븐시즌스, 플랜에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