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오연서는 소처럼 일하는 배우다. 10년 무명의 어둠의 터널을 지난 후 2012년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통해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알렸다. 이후 ‘오자룡이 간다’(2012), ‘메디컬 탑팀’(2013), ‘왔다! 장보리’(2014), ‘빛나거나 미치거나’(2015), 그리고 최근 종영한 SBS ‘돌아와요 아저씨’까지. 쉬지 않고 연기를 하며 대중성과 연기력을 쌓고 있다.
안정적인 연기를 갖춘 그는 ‘돌아와요 아저씨’에서 한기탁(김수로 분)이 잠시 환생한 한홍난을 연기하며 남장이 아닌 진짜 남자 연기를 했다. 웃음만발 코믹 연기부터 한 여자를 사랑하는 가슴이 미어지는 애절한 감정 연기까지 펼쳐놓으며 이 드라마의 ‘하드캐리’라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오연서는 지난 18일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도 꾸준히 연기를 해서 배우로서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다고 소처럼 일하는 배우다운 참 예쁜 목표를 밝혔다. 아래는 오연서와 나눈 대화다.
드라마에서 정지훈, 이하늬와 함께 호흡을 맞췄는데 어떤 조합이 가장 애정이 있었나.
전부 애정이 있다. 저승 동창을 연기했던 (정)지훈 오빠와 끈끈한 ‘브로맨스’가 있었다. 물론 내가 남자는 아니지만 말이다.(웃음) 서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아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러브라인은 아니었지만 우정이 감동적이었다. 서로 이렇게 감싸줄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이런 생각을 했다. (이)하늬 언니와 찍을 때는 정말 많이 웃겼다. 하늬 언니가 진짜 털털한 성격이다. 언니와 개그합을 맞출 때 정말 재밌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무엇인가.
지훈 오빠의 바지를 벗기려는 장면과 초콜릿 복근에 감탄하는 장면이다. 지훈 오빠의 아이디어였다. 너무 민망했는데 재밌었다. 하늬 언니를 구하는 장면은 정말 우리 둘 다 계속 울었다. 애정신이 진하게 있는 것도 아닌데 여자와 여자라서 더 슬펐고 애틋했다.
코믹 연기 수위 조절을 걱정 없었나.
홍난은 오버스러울 수 있다. 그런데 남자가 여자가 됐다는 상황에 힘을 실어주려면 어쩔 수 없이 과장될 수밖에 없었다. 부담도 됐지만 즐거웠다. 평상시에 내가 개그를 좋아해서 재밌었다. 40년을 남자로 살다가 갑자기 여자가 됐다고 생각하면 이런 코믹 해프닝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멸하는 결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난 소멸하는 결말이 슬펐고, 그래서 좋았다. 기억에서 사라진다는 결말은 정말 슬펐다.
이하늬와의 키스는 실제로 한 건가.
아니다. 하늬 언니가 촬영 전에 단체 채팅방에 장난으로 ‘언니가 키스할 거니까 가글 하고 와라’라고 했다. 촬영장에서도 ‘언니가 뽀뽀할 거야’라고 농담으로 그랬다. 그런데 막상 촬영 들어가서는 너무 무겁고 슬픈 장면이라 서로 장난을 칠 수 없었다. 난 내 손가락에 뽀뽀했다. (김)수로 오빠와 하늬 언니는 진짜 했다. 내가 수로 오빠를 위해 남겨놨다.(웃음)
좋은 반응에 비해 시청률이 낮았는데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정말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 단체 채팅방에서 계속 이야기를 했다. 웃을 일도 많았다. 시청률은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열심히 한다고 해서 잘 나오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안 한다고 해서 안 나오는 것도 아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연기에 집중했고 끝까지 좋은 작품을 만들자고 했다. 우리 드라마는 소재 자체가 독특하고 가족의 사랑을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다. 가족에 대한 정과 사랑,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생각할 수 있는 드라마였다고 생각한다.
남자 연기를 하면서 생긴 습관이 있나.
말투가 남자 말투가 됐다. 사람들이 놀라고 자제시킨다. 나도 모르게 다리를 벌리고 앉고 있다. 사람들이 하지말라고 한다. 내가 치마를 잘 입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웃음)
실제 성격이 털털한 편인가 보다.
그렇다. 평소에 치마를 잘 안 입는다. 여성스러운 성격과 거리가 멀다. 나는 작품을 선택할 때 나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사실 사람들이 나를 깍쟁이로 여긴다. 새침할 것 같은 이미지가 있나보다. 고생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오해한다. 나와 작품을 하는 배우들이 두려워하는 점이 있다. 내가 열심히 하지 않을까봐, 까다로운 성격일까봐 걱정한다고 하더라. 내 성격이 어떤지에 대해 많이들 물어본다고 한다. 외모적인 불리함이다. 그런 오해를 깨부수기 위해 더 노력하고 있다. 나는 그런 성격이 아니다. 털털한 성격을 보여주기 위해 ‘왔다! 장보리’를 택했다. 깍쟁이 이미지를 벗고 싶었다. ‘오연서한테 이런 모습이 있어?’라고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변화를 꾀하다보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영화 ‘국가대표2’가 대박났으면 좋겠다. 하반기에 새 작품을 하면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쉴 새 없이 연기를 하고 싶다. 매번 다른 캐릭터도 보여주고 싶다. 왕성하게 활동하는 게 꿈이다. 아직 배우고 있고,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늘 도전하고, 배우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 / jmpyo@osen.co.kr
[사진] 웰메이드예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