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38.8%(전국 기준, 닐슨코리아)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며 성공적으로 종영된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말 그대로 기록과의 전쟁이었다. 첫 방송에서 14%가 넘는 시청률로 시작한 '태양의 후예'는 3회에서 20%를 넘어섰고, 9회만에 30%를 돌파하며 '그 어려운 걸 해내는' 드라마라는 평가를 얻었다.
주연 배우인 송중기 송혜교 진구 김지원은 이 드라마로 아시아를 떠들썩하게 하는 한류스타로 더욱 입지를 공고히 했는데, 특히 송중기는 '아시아의 프린스'라는 말이 아쉬울 정도로 국내를 넘어 아시아에서 급이 다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미 32개국에 판권을 수출했고, 광고 수익 역시 상상을 초월한다.
드라마의 인기를 따라 유시진(송중기 분)과 강모연(송혜교 분)의 대사가 곧 유행어가 됐다. 특히 '~지 말입니다', '그 어려운 걸 해냅니다', '사과할까요? 고백할까요?' 등은 방송계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통용될 정도. 또한 군인과 의사가 재난 지역에서 보여주는 멜로와 인류애는 그 자체로 큰 감동을 안겼다. 하지만 극 후반 너무 개연성이 부족한 전개와 불사조가 된 유시진, PPL 폭탄 등은 큰 기대만큼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김원석 작가는 19일 오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태양의 후예' 종영 인터뷰에서 그간의 소회를 밝히는 한편 논란이 됐던 엔딩과 PPL 문제에 대해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그는 인터뷰에 앞서 "사실 드라마는 드라마로 평가받았으면 좋겠다. 작가들 설명보다는 시청자들이 보고 들은대로가 맞는 것 같다. 그래서 본방 나갈 때는 작가 인터뷰를 하지 말자는 원칙을 정했다. 그런데 본방 끝나고도 작가에게 궁금해하는 이야기가 많다는 얘기를 듣고 큰 사랑과 관심을 보여준 시청자들에게 감사함을 전하는 동시에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에 제가 대표로 자리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방송을 본 소감은?
"첫 방송부터 마지막까지 시청률도 그렇고 시청자 반응도 그렇고 정말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좋아해주셔서 저희도 사실 놀랐다. 저희끼리 꺅꺅 소리 친 적도 많다. 되게 행복했고 되게 감사했다. 한편으로는 죄송한 것도 있다. 진부한 얘기지만 시원섭섭하다는 얘기로는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 있는 것 같다. 굉장히 좋았다."
- 죄송했던 부분은 무엇인가.
"사전 제작이고 대본도 나름대로 뽑을 수 있는 시간도 있었고 준비기간이 짧지 않았지만 부족한 면이 있었던 것 같다. 본방을 보면서 '놓쳤구나', '실수했다'고 하는 부분도 있었다. 연출이나 배우, 스태프들이 많이 채워줘서 대본보다 감사하게도 더 잘 나왔지만 대본에서 잡았어야 하는 부분도 많다는 생각을 했다."
"후반부 시청자들이 얘기 많이 하시고, 비판도 많이 해주셨던 걸로 안다. 시청자들도 각자마다 원하는 입장이 있으셨던 것 같은데 모든 걸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한정된 시간 안에 이야기를 끝내야 해서 선택을 하게 된 부분이 있지만 정말 열심히 썼다. 그래서 후회는 없는데 반성은 한다. 특히나 사건과 사건의 개연성이 부족했던 부분은 사려깊지 못했던 것 같다. 인물들 감정선에 충실하지 못한 것도 있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김은숙 작가와 이야기를 했었다. 너무 큰 사랑을 받았는데 아쉬움을 남겨서 죄송하다. 다음에는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 혹시 원작자로서 아쉬운 부분이 있나.
"원작은 원작일 뿐이다. 이 드라마는 다른 드라마로 탄생을 했다. 제가 그냥 원작자로만 남았다면 말씀을 드렸을텐데 공동 작가이기도 하기에 '태양의 후예'에 대해서 굉장히 만족을 한다. 좋아진 점이 많은 것 같다. 어떤 상황을 보여주냐 보다 어떤 마음을 느끼게 해주냐인 것 같은데 시청자 분들에게 효율적으로 울림을 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 만약 사전 제작이 아니어서 시청자 의견을 반영해 수정을 할 수 있었다면?
"후반부 유시진이 너무 불사조처럼 일어난다는 개연성 지적에 대해서는 살폈을 것 같다. 또 인물들 간의 감정선에 대해 더 짚었을 것 같다."
- PPL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드라마를 만드는 것은 작가, 배우, 연출을 비롯한 스태프, 제작 관계자, 홍보 등이 여러가지 동그란 원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동그란 원이 붙어서 되는 건데 PPL도 그 중 하나다. 그것 없으면 드라마는 원이 만들어지지 않으니까 필수불가결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서 드라마 내용에 해가 되지 않게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썼다. 'PPL이니까 그냥 쓰자'고 하지는 않았는데 불편한 부분이 있다면 드라마 제작 환경과 더불어 작가들도 더 잘써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서대영(진구 분)과 윤명주(김지원 분)의 키스신 중 등장한 자동운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멜로적인 상황으로 표현을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썼는데 그 또한 과도하게 느끼셨다면 이건 대본의 문제다."
-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꼽는다면?
"제가 좋아하는 신은 2부에서 시진과 모연이 헤어지는 장면이다. 김은숙 작가님과 회의를 정말 많이 했다. 제가 그 신이 좋았던 이유는 두 캐릭터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하면서 어른스러운 이별을 하는 느낌이 있어서이다. 편집본으로 보는데 송중기 송혜교 두 배우가 담담하게 아무렇지 않게 하지만 진심이 느껴지게 연기를 해줘서 정말 고마웠다."
- 명대사가 정말 많았는데 아끼는 대사가 있다면?
"명대사가 많다고 해주셔서 정말 좋은데 엔딩 대사들은 다 좋았던 것 같다. 물론 국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에서도 좋았다. 배우들이 대사를 정말 잘 쳐주더라. 오바하면 재미없는 대사들인데 말이다."
- 사실 대사가 오글거린다는 평가도 많았다.
"저는 대본을 다 아는데도 보면서 정말 재미있었다. 멋있고 설렜고 신났고 통쾌했다. 그런데 이렇게 오글거린다는 얘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질 줄은 정말 몰랐다.(웃음)"
- 서대영의 욕설이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표현의 자유라고 생각하지만 지상파를 통해 방송이 되다 보니 잘 논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제약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
- 혹시 시즌2 가능성이 있나?
"시즌2 생각은 없다. 토나오게 열심히 만들어서 할 얘기를 다한 것 같다. 유시진이 불사조라고 하지만 더 이상 비상 없는 곳에서 강모연과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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