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드라마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국내 방송콘텐츠가 해외 시장까지 확대되면서 주요 콘텐츠인 드라마의 경제적 성과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드라마는 여성적 장르라는 점에서 주 시청자는 여성이며, 그들의 일상적인 삶에서 드라마가 갖는 위상은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현상이다. 여성 드라마작가가 수적으로 남성을 추월하고 더 나아가 대부분의 인기 드라마가 여성작가에 의해 집필됨에 따라 스타작가로 인정받는 여성작가들이 늘어난 추세다. 이에 드라마 ‘내조의 여왕’ ‘역전의 여왕’ 시리즈, ‘별그대’, ‘프로듀사’ 등을 터뜨린 박지은 작가에 대해 집중 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박지은 작가는 당대 시청자들이 무엇을 원하고 드라마를 통해 어떤 것을 보고 느끼고 싶어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다. 대표작으로 ‘칼잡이 오수정’(2007), ‘내조의 여왕’(2009), ‘역전의 여왕’(2011), ‘넝쿨째 굴러온 당신’(2012), ‘별에서 온 그대’(2013), ‘프로듀사’(2015)를 연달아 히트시키며 스타 작가 반열에 올랐다. 2014년에는 대중문화예술상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는 쾌거를 달성했다.
손대는 것마다 연타석 홈런을 날리는 박지은 작가는 TV드라마에 ‘박지은 바람’을 불어놓고 있다. 그녀는 여러 편의 작품을 만들어가며 쌓은 내공을 통해 웃음 포인트를 정확하게 짚어내는 장기를 가졌다. 이에 배우들은 물론 시청자와의 소통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온다.
멜로면 멜로, 코믹이면 코믹 등 요즘 시청자들의 입맛을 맞출 줄 아는 능력을 가진 것이다. 또 배우의 특징을 간파해내 대본에 녹여내는 재주도 지녔다. 배우의 장점과 습관을 파악하고, 캐릭터와의 끊임없는 소통으로 그에 걸맞은 최고의 캐릭터를 탄생시키는 것이다.
사실 여성작가는 남성보다 멜로 장르 집필에 강점을 지녔다. 여성만의 감성을 실감 나게 그려내기 때문이다. 드라마 ‘프로듀사’를 보면 박지은 작가가 캐릭터 창조에 일가견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남녀의 로맨스를 쫄깃하게 그려내 시청자들의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드는 것. 다음 회에 대한 기대도 높이면서 말이다. 허당, 허세, 숙맥 등 다양한 비호감 캐릭터에도 호감을 부여하는데도 큰 역할을 한다. 박 작가의 유쾌한 대본과 배우들의 색깔 있는 연기가 빚어낸 시너지가 드라마 인기의 요인이다.
한류 열풍을 일으킨 ‘별에서 온 그대’에서는 또 어떤가. 외계인 도민준과 톱스타 천송이의 러브라인이 여심을 훔친 것뿐 아니라 대한민국 안방극장을 흔들어 놨다. 물론 김수현과 전지현이 출연한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안고 시작했는데, 마지막 회에서는 28.1%(닐슨코리아 제공)의 전국 시청률을 돌파하면서 신드롬을 일으켰다.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판타지 멜로라는 소재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일반적인 로맨스로 보이게끔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다.
우선 작가의 여성관과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녀의 성장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박지은 작가는 예능 구성작가로 데뷔, KBS2 이색극장 ‘두 남자 이야기’와 시트콤 ‘멋진 친구들’ ‘사랑과 전쟁’ 등 예능국에서 기획한 프로그램을 통해 실력을 쌓아왔다. 2007년 ‘칼잡이 오수정’에 참여해 드라마 작가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걷게 된 셈이다.
스타작가의 공통점은 특유의 색이 담긴 필력과 흥행을 향한 안목이 있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의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공감력 높은 대사, 위트 넘치는 코믹한 장면, 여성 시청자들의 가슴을 떨리게 만드는 로맨스가 있다. 그 중심에 박지은 작가가 서 있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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