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지가 뒤바뀌니 말과 행동이 달라졌다. 방송인 이수근과 은지원 얘기다. 날 때부터 예능을 위해 태어난 사람들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워낙에 웃긴 두 사람은 tvN go 예능 ‘신서유기2’에서 마치 톰과 제리 같은 케미스트리를 자랑한다. 워낙에 사연 많은(?) 예능인으로서 견뎌내느라 인이 배긴 건지도 모르겠으나 새롭게 합류한 배우 안재현의 독특한 매력을 관찰하는 것 못지않게 이수근과 은지원을 보는 게 ‘신서유기’의 재미다.
지난해 가을 실험적으로 시작한 ‘신서유기’가 인기에 힘입어 시즌2로 돌아왔다. 총 누적조회수가 5천만 건을 달성했기 때문이리라. 당시 이수근은 불법도박 혐의로 자숙의 시간을 갖다가 약 2년여 기간 후에 이 프로그램을 통해 복귀했고, 은지원은 활발하게 방송 활동을 해왔지만 이혼의 아픔을 겪어 몸이 전보다 굳어진 상황이었다.
‘1박2일’의 막내이자 브레인으로 통하는 이승기가 나영석 PD에게 원년 멤버들이 모여서 한 번 여행을 가고 싶다는 우연치 않은 말이 통해 다시 모인 것이다. 역시 오랜 시간 우정을 다진 멤버답게 척하면 척, 눈만 봐도 통하는 사이였다. 굳이 케미를 언급할 단계가 아니지만, 시즌2에는 달라진 점이 있다.
이승기가 군 입대하면서 드라마를 함께 촬영했던 안재현이 발탁된 것도 관전 포인트나, ‘쮸빠찌에’ 강호동을 제외하고 멤버들 간의 포지션이 달라진 점이 눈길을 끈다. 형들을 아우를 줄 아는 리더십을 가진 이승기가 앞서 삼장법사 역을 맡았었는데, 그의 부재로 새로운 사람에게 권한을 부여하게 됐다.
19일 네이버TV캐스트를 통해 첫 공개된 ‘신서유기2’ 첫 회에서 삼장법사를 뽑는 과정이 공개됐다. 이날 운이 없게도 퀴즈를 잘 맞혀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이수근이 삼장법사에 낙점됐다. 모두의 환호를 받았으나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도 그럴 것이 제작진이 삼장법사로 당첨된 사람에게 삭발의 기회를 부여했기 때문. 울며 겨자 먹기로, 재미를 위해 이수근은 기꺼이 머리를 내줬다.
이때까지만 해도 은지원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는데, 사오정이 되길 바라던 은지원이 갑작스럽게 손오공 역할을 맡게 되면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지난 시즌 사오정이던 은지원은 고주파 안마기를 등에 붙힌 이수근을 괴롭히며 희열을 느꼈었는데, 이젠 리모콘을 쥔 삼장법사 이수근에게 그 권한이 넘어가게 돼서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하지만 끈끈한 의리와 우정을 자랑하는 멤버들답게 이 순간도 웃음으로 승화했고, 누구도 기분 나빠하는 사람이 없었다.
앞으로 8주 동안 순차적으로 공개될 중국 여행기에서 은지원과 이수근이 티격태격하며 빚어낼 형제 케미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분명 은지원은 이수근의 손놀림에 있는 대로 짜증을 부릴 것이고, 그런 그를 바라보는 이수근의 표정은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할 것이다. 시청자들은 이들을 보면 한바탕 웃음보를 터뜨릴 것으로 보인다./ purplish@osen.co.kr
[사진]'신서유기2'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