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어화'(박흥식 감독)는 미술이나 음악 등 내용 외적인 부분에도 많은 공을 들인 영화다. 영화를 보고 난 관객들은 '사랑 거즛말이'나 '조선의 마음' 같은 영화 속 노래들이 주는 깊은 여운에 빠지
게 된다.
'해어화'의 OST는 그룹 보이, 우쿨렐레 피크닉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이병훈 감독이 프로듀싱을 맡았다. 이병훈 감독은 '쎄시봉', '찌라시: 위험한 소문', '황해', '김종욱 찾기', '님은 먼곳에' 등 다수의 영화에서 음악을 담당한 실력자. 이 감독은 2007년 '님은 먼곳에'로 제29회 청룡영화상에서 음악상을 받기도 했다.
'해어화'는 '조선의 마음'이 되고자 했던 일제시대 마지막 두 기생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극의 초반 두 주인공 소율(한효주 분)과 연희(천우희 분)는 진정한 예인을 꿈꾸며 전통 성악곡인 정가에 매진한다. OST 앨범에서 정가의 매력이 가장 잘 담긴 곡은 역시 한효주의 '계면조 평거(사랑 거즛말이)'와 '사랑 거즛말이'(원
곡: 소울지기)다.
이어 소율과 연희는 존경하는 이난영(차지연 분)의 곡을 쓴 사람이 윤우(유연석 분)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여기서 이난영이 부른 '목포의 눈물'과 '어서오세요'가 원곡과 또 다른 색깔로 흥미를 끈다. 소율과 연희가 동시에 꿈꾸는 윤우의 곡은 '조선의 마음'이다. 천우희가 부르는 '조선의 마음'은 일제시대 조선 백성들의 한과 슬픔이 베여있어 울림이 크다.
'해어화' OST의 가치가 높은 것은 전곡에 배우들의 목소리가 들어갔다는 점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들은 전문 가수도 아닌 두 배우의 가창 실력이 매우 뛰어난 것에 대해 감탄하게 되는데, 목소리 대역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다.
하지만 실제 OST는 전곡 배우들의 목소리로 채워졌다. 천우희는 '봄날의 꿈', '조선의 마음'으로 청아하면서도 힘있는 목소리를 뽐내며 한효주는 '사랑 거즛말이' 같은 노래에서 몇달간 연습에 매달렸다는 정가 실력을 들려준다.
'해어화'는 음악과 영화의 이야기가 잘 조화된 작품이다. 가수 못지 않은 배우들의 노래 실력은 그들이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짙은 감성과 이어져 작품의 품격을 끌어 올렸다. 현재 이 영화는 지난 13일 개봉 이래 '역주행'에 성공하며 흥행 청신호를 보여주고 있는 상황. OST의 아름다움이 영화의 흥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기대감을 모은다. /eujenej@osen.co.kr
[사진] '해어화' 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