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부터 30대라면 누구나 한번쯤 노래방에서 불러봤을 ‘나비무덤’. 그 노래의 주인공들이 무려 9년 만에 소환됐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하지만 언젠가 꼭 한 번 다시 만나보고 싶었던 그룹 테이크가 ‘슈가맨’을 통해 팬들의 부름에 응답했다.
테이크는 지난 19일 방송된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의 꿀성대 특집서 쇼맨으로 등장했다. 팬이 아니어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나비무덤’의 익숙한 멜로디에 유희열이 예상했던 20불의 두 배인 41불이 응답하며 이들을 기억해냈다.
마침 테이크는 지난 해 7월 발매한 디지털 싱글 ‘주르르’ 이후 약 9개월 만에 신곡을 발표하며 컴백한 상태. 이에 테이크는 OSEN과 만나 ‘슈가맨’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와 준비 과정, 그리고 벅찬 출연 소감과 더불어, 신곡에 대해서도 직접 소개했다.
“‘슈가맨’에 출연할 수 있었던 계기요? ‘나비무덤’이라는 곡이 아직까지 죽지 않고 조금씩 불리고 있더라고요. 그런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저희에게는 감사한 곡이죠.”(장성재)
“사실 저희가 ‘슈가맨’ 애청자거든요. 평소에도 저희가 자주 거론했던 프로그램이었는데, 이렇게 섭외될 거라는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저희 쪽으로 섭외 건으로 연락이 왔을 때에도 네 명 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고, 꿈같다고 했어요.”(신승희)
무엇보다 앞서 언급했듯이 네 명 완전체로는 무려 9년 만의 무대인데다가 공연을 제외한 방송 출연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던 테이크이기 때문에 ‘슈가맨’ 출연에 대해 남다른 설렘과 긴장감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짐작됐다.
“9년 만에 완전체로서 서게 돼서 감회가 새로웠고, 그 무대가 ‘슈가맨’이라는 인지도 있고 큰 프로그램이라서 기분 좋았죠. 넷이서 같이 활동했었던 시기도 생각나고, 옛날 생각이 많이 났어요.”(장성재)
“TV에서 보던 분들을 보니까 연예인들을 본 기분이었어요. 유재석씨는 물론이고, 유희열 선배님, 산다라박, 김이나님까지. 다들 같이 방송한 게 영광스러울 정도였어요. 그냥 방송 자체가 선물 같았죠.”(신승희)
‘슈가맨’에 출연했던 역대 출연자들은 모두 방송 직후 뜨거운 화제를 낳으며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맞이할 기회를 잡게 됐다. 하지만 동시에 그만큼 후발주자들의 부담이 배로 커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한 테이크의 생각은 어떨까.
“방송 중에 실수를 많이 했어요. 물론 제작진 분들이 편집해서 잘 만들어주셨지만 저희가 그런 큰 방송은 처음 서는 느낌이라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인터뷰나 아카펠라 할 때도 실수하고, 10년을 같이 했는데도 실수가 생기더라고요. 섭외 소식을 접한 게 방송 한 달 전이라 그때부터 엄청 연습을 많이 했는데도 그런 큰 방송에서는 실수 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 뒤로 더 채찍질을 하고 있어요. ‘준비가 덜 됐구나. 더 해야겠다’ 이런 생각?”(신승희)
“‘나비무덤’이라는 곡에 대해서 기대를 많이 해주시기도 하고 라이브로 부르는 것만큼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죠. 그리고 저희 노래를 이석훈씨가 다시 부르셨잖아요. 그거보다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어요(웃음)”(장성재)
“그런데 너무 좋았어요. 네 명의 노래를 한 명이 부르는 거니까 솔직히 걱정했었는데, 기대보다 훨씬 잘하시는 걸 보고 감탄했어요. 결과는 졌지만(웃음). 그래도 10대~20대에서는 저희가 이겼어요. 사실 결과는 전혀 아쉽지 않았어요. 방송 자체가 너무 꿈같았고 선물 같았어요.”(신승희)
가수로서 자신을 대표하는 곡이 있다는 것은 물론 큰 기쁨이지만, 그만큼 다른 곡이 덜 주목받거나 그 곡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테이크의 경우도 마찬가지.
“아무래도 그런 건 있죠. 하지만 그 곡이 저희가 다시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준 발판인 것 같아요. 저희가 계속 열심히 해서 ‘나비무덤’ 같이 테이크하면 떠올릴 수 있는 다른 곡도 하나씩 늘려갔으면 좋겠어요.”(장성재)
그의 말대로 또 다른 대표곡을 만들기 위한 테이크의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오는 21일 공개되는 신곡 ‘WHY’ 역시 그 중 하나다. 특히 장성재와 신승희가 직접 작사, 작곡에 참여해 더욱 의미가 깊은 곡이기도 하다.
“9개월 만에 나오는데 나올 때마다 기대 반, 설렘 반, 걱정 반이에요. 저희 나름대로 준비를 해서 나왔는데 어떻게 들어주실까 하는 기대가 있고, 한편으로는 저희가 다 곡 작업을 해서 나온 거라 걱정도 되는 것 같아요.”(장성재)
“‘WHY’로 활동도 열심히 할 거고, 저희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슈가맨’이 분명 좋은 기회인 것은 맞지만, 이걸로 ‘빵뜰거야’라는 기대는 안 하고 있어요. 차근차근 저희가 좋아하는 음악 만들어서 스며들 듯이 그렇게 활동하고 싶어요. 결과적으로는 많은 분들이 저희 노래를 아셨으면 좋겠어요.”(신승희)
9년이라는 긴 공백기에 대한 질문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슈가맨’에서 밝혀진 듯이 이승현과 김도완은 중국에서 배우와 가수로 활약 중이고, 장성재와 신승희는 군 제대 후 국내에서 따로 또 같이 활동을 이어왔다. 특히 장성재는 지난 2011년 방송된 MBC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에 출연하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군 제대하니까 멤버들 없이 저 혼자 남아있는 막막한 상태였어요. 그때 ‘위대한 탄생’에 막연하게 도전해봤던 것 같아요. 거기에 나감으로써 테이크로서 다시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학생이라고 속이고 지원했었어요. 잘해도 본전, 못하면 더 안 좋아지니까. 다행히 결과는 생각보다는 괜찮았었어요.”
이러한 역경을 딛고 ‘슈가맨’을 통해 오랜 시간의 침묵을 깨고 돌아온 테이크는 그 때 그 시절만큼, 아니 그 이상의 멋진 모습으로 팬들의 소환에 응답했다. 이에 벌써부터 이들의 컴백을 바라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과연 완전체 테이크는 언제 다시 만나볼 수 있을까.
“저희끼리 단체 카톡방이 있어요. 지금 두 명은 중국에서 계속 활동을 하고 있어서 저희가 함께 하고 싶을 때 쉽게 하고 싶은 때 할 수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여러 가지 조율도 해야 하고.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할 수 있도록 네 명이서 같이 추진 중이에요.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어요.”(장성재)
‘슈가맨’ 출연을 계기로 다시 한 벌 테이크라는 이름 세 글자를 알리는 데 성공했지만, 이들은 아직도 신인의 자세로 노력해야 할 것이 많다고 말한다. 여전히 꿈꾸는 모습이 아름다운 테이크는 대중들에게 어떤 가수로 기억되고 싶을까.
“테이크하면 아직까지는 모르시는 분들이 많잖아요. 그런 분들까지 테이크하면 뭔가 떠오를 수 있을 정도로 색깔 있는 음악들을 하고 싶어요. 저희만의 매력을 잘 담아낼 수 있는 곡을 만들어서 굳이 한 분 한 분 찾아뵙지 않아도 저희를 느끼실 수 있을 정도로 잘 하고 싶고, 또 잘 만들고 싶어요.”(신승희) / jsy901104@osen.co.kr
[사진] CI ENT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