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부터 ‘전쟁’이다. 상상이나 했던가. 함께 평화를 위해 싸우던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서로 맞서는 장면을 말이다. 마블의 라이벌 격인 DC 코믹스가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을 그린 영화를 앞서 선보였던 바. 이번에는 마블에서 캡틴 아메리카 진영과 아이언맨 진영의 대결을 그린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이하 ‘시빌워’)를 선보이게 됐다.
지난달 개봉했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 두 히어로의 대결을 설득력 있게 그리지 못하면서 다소 아쉬운 평을 받았던 바. 이에 한 달 차이로 개봉하는 ‘시빌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이번에도 히어로들의 대결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두 영화를 비교하는 시선이 많다.
어제의 동지였던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분)와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이 어떻게 갈라지게 됐는지, 이들을 주축으로 어벤져스 군단이 왜 팀을 나누게 됐는지에 대한 갈등과 각각의 근거가 충분히 제시돼야 관객들은 만족할 수 있다.
이에 집중해서 본다면, ‘시빌워’의 촘촘한 전개는 관객들의 집중을 높이기 충분하다. 먼저 갈등을 점화하는 소코비아에서의 민간인 희생 사건이 초반 그려진다. 이 일로 히어로들 역시 큰 죄책감에 휩싸인다.
물론 본의 아니게 희생자를 낳았지만 히어로들은 책임을 피해갈 수 없었다. 이 사고로 법적으로 히어로들을 관리하기 위한 스코비아 협정이 제기된다.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은 정당화될 수 있는지, 초인류적인 힘을 결국 사람이 모여 만든 조직인 국제기구가 관리하고 제한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영화는 끊임없이 깊이 있는 주제를 던진다.
캡틴 아메리카 진영의 주장은 이렇다. 어벤져스를 구속하는 소코비아 협정이 체결되면 어벤져스의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과, 조직은 결국 어떠한 목적을 낳게 된다는 것. 반면 아이언맨은 스코비아 사건으로 인한 죄책감과 궁극적으로는 어벤져스의 해체를 막기 위해 협정에 찬성한다.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결국 어벤져스는 찬반으로 나눠 대결을 펼치게 되는 것. 갈등이 점점 심화되면서 예고편이나 스틸컷으로도 공개된 적 있는 절정의 맞대결이 스크린을 채운다. 여기서 마블의 무기인 적재적소의 유머는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고, 쏟아져 나오는 히어로의 향연은 지루함을 날려버리는 무기다. 이처럼 147분이라는 비교적 긴 러닝 타임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듯 촘촘하게 엮인 이야기와 볼거리는 관객들의 이해를 돕고 끝까지 영화에 몰입하게 한다.
마블 팬들이 역대급 에피소드로 꼽는 ‘시빌워’는 볼거리와 재미를 중무장하고 오는 27일 국내에 상륙한다. / besodam@osen.co.kr
[사진] '시빌워'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