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달랐다. 전 축구선수 이천수의 입에서 공주님이라는 호칭이나 “아니 얼굴이 어떻게 김태희야 뭐야”라는 달콤한 말이 나올 줄 누가 알았겠나. 한 가정의 가장이 된 후 이천수의 앞에는 ‘트러블메이커’라는 수식어보다는 ‘딸바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지난 19일 오후 방송된 tvN ‘현장토크쇼 택시’에서는 이천수의 은퇴 후 일상이 공개됐다. 특히나 이날은 딸 주은이를 어린이집 보내기 위한 전쟁 같은 아침이 그려졌다.
딸바보를 자처하는 스타들은 많다. 불과 십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천수가 이 계보에 이름을 올릴 줄은 몰랐다. 방송을 통해 드러난 이천수의 모습은 공주님 앞에서 마치 신하가 된 것처럼 딸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해줄 것 같은 아버지의 모습이 돼 있었다.
먼저 다정한 목소리로 주은이를 깨웠고, 무려 흥얼거리며 아침밥을 만들었다. 밥을 먹지 않으려고 투정 부리는 주은이를 위해서라면 아빠의 숟가락은 비행기도 됐고 자동차도 됐다. 재밌는 놀이로 밥을 뚝딱 먹인 이천수는 시종일관 하이톤의 애교 있는 목소리로 아이와 대화를 나눴다.
이는 모두 주은이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아빠의 노력이었다. 그라운드 위에서 악동으로 불리던 그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사라졌고 딸바보 아빠만 남았다. 다정한 부녀의 모습이 시청자들을 흐뭇하게 웃게 했다.
보통 육아를 척척 해내는 아빠도 어려워하는 고난도 미션이 있다. 딸의 머리를 묶어주는 것이다. 앞선 육아 예능프로그램를 통해 딸을 가진 다수의 아빠들은 난감해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 왔다. 머리 묶기야 말로 딸 육아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겠다.
이천수는 제법 야무진 솜씨로 주은이의 머리를 묶여줘 놀라움을 자아냈다. 심지어 빠른 스피드로 딸아이의 등원 준비를 마쳐 슈퍼맨 아빠의 면모를 입증했다.
지금까지 이천수를 둘러싼 시선에는 그라운드 위에서 악동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도 많다. 즉 고운 시선만 있는 건 아닌 것이 사실. 그러나 은퇴 후 남편이 되고 아버지가 되고 묘하게 부드러워진 그의 분위기처럼 그를 바라보는 시선도 부드러워질 수 있지 않을까. / besodam@osen.co.kr
[사진] '현장토크쇼 택시'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