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탁재훈을 두고 혹자는 ‘악마의 재능’을 가진 자라고 칭했다. 이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방송에서 볼 수 없었지만, 그 어떤 논란을 차치하고서라도 재능만은 인정해야 했던 신이 준 예능감을 향한 평가였다. 입담 좋은 스타들은 여럿 있지만 예능인도 아닌 그나 예능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자리는 독보적인 영역인 것만은 확실하다.
탁재훈의 존재감은 빈자리를 통해 더욱 눈에 띄었다. 앞서 그는 지난 2013년 불법 도박 혐의로 징역 6월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은 뒤 모든 프로그램에서 물러난 뒤 자숙 기간을 가졌다.
과거의 잘못을 가진 스타들을 쉽게 용서할 수 없던 대중도 별개로 그의 재능만은 어쩔 수 없이 인정하게 되는 부분이 있었던 바. 방송활동을 중단하고 있던 중에도 여러 번 ‘악마의 재능’이라는 타이틀로 회자되곤 했다.
특히 올초 인기리에 방영된 tvN ‘응답하라 1988’에서 동룡의 실제 모델이 탁재훈이 아니냐는 믿거나 말거나 시청자들 사이에서의 추측이 떠돌았던 바. 하지만 쉽게 그 추측을 여기저기서 뱉을 수 없었던 건 탁재훈의 자숙 상황 때문이었다.
빈자리가 느껴져 갈 때쯤 탁재훈은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방송 복귀의 포문을 열었다. 온라인을 통해 공개된 케이블채널 Mnet의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 ‘음악의 신2’을 시작으로 종합편성채널 채널A 예능 ‘오늘부터 대학생’, tvN ‘SNL코리아7’까지 전 방위적으로 영역을 넓혀나갔다.
그러나 ‘음악의 신2’에서는 생각보다 화끈하게 터지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던 바. 케이블과 종편에 비해 파급력이 여전히 높은 지상파 프로그램인 MBC ‘라디오스타’가 오늘 방송한다.
방송 복귀 활동을 시작한지 한 달이 다 돼가고 있는 상황에서 ‘라디오스타’로 지상파 첫 복귀를 선택한 것은 영민한 선택이었다. 프로그램의 특성상 탁재훈이 잘 살 수 있는 요건이 두루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우선 누가 나와도 기복 없이 레전드 편을 만든다는 게스트 중심의 토크쇼는 ‘라디오스타’가 거의 유일무이하다. 또한 독한 토크는 오히려 탁재훈이 자신을 둘러싼 문제들을 정면 돌파할 수 있는 창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에 ‘라디오스타’ 제작진은 “탁재훈은 어느 때보다 진중한 모습으로 사과의 말을 전하는 한편, 죽지 않은 예능감을 드러내 복귀를 알렸다”고 녹화 분위기를 전했다.
너무 진중하지도, 그렇다고 아름답게 포장하거나 두루뭉술하게 지나가지도 않을 ‘라디오스타’ 식 토크는 탁재훈의 ‘악마의 재능’을 제대로 발휘할 장을 열어줄 전망이다. 진정한 복귀는 지금부터라고 할 수 있겠다. / besodam@osen.co.kr
[사진] Mnet,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