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취월장이다. 배우 임지연이 회를 거듭할수록 안정적인 감정 연기로 극적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임지연은 SBS 월화드라마 '대박'(극본 권순규, 연출 남건)에서 임금을 죽이기 위해 태어난 여인 담서 역을 맡고 있다. 담서는 어린 시절 아버지 김이수(송종호 분)를 여의고 이인좌(전광렬 분)의 가르침 속에 복수의 칼날을 갈아왔다. 이 때문에 늘 자신의 감정을 숨겨야 했다.
그런 담서가 달라지기 시작한 건 대길(장근석 분)과 연잉군(여진구 분)을 만나면서부터였다. 지금껏 자신의 아비를 죽인 원수가 숙종(최민수 분)이라 생각하며 자란 담서는 자신이 믿었던 것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고 깨달았던 것. 이는 담서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드는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지난 19일 방송된 8회에서는 주인공들이 각기 다른 상황 속에서 성장하는 모습이 주를 이뤘는데, 담서 역시 마찬가지였다. 꽃신을 훔치다 잡혀 죽임을 당한 어린 아이를 보고 마음 아파하던 담서는 이인좌와의 칼싸움에서 지고 자존심 상해하는 연잉군을 나무랐고, 숙빈 최씨(윤진서 분) 앞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고 제 의중을 밝혔다.
그러던 중 의도치 않게 숙종을 만나게 된 담서는 자신의 정체를 단번에 간파한 그의 카리스마에 압도 당해 숨도 쉬지 못할 정도의 두려움을 느꼈다. 그리고 연잉군의 말을 통해 아버지를 죽인 이가 숙종이 아니며 지금까지 이인좌에게 속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임지연은 이렇게 한 회동안 슬픔, 분노, 두려움 등 다양한 감정을 느껴야 하는 동시에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담서를 자연스럽게 연기해냈다. 백성의 억울함을 보지 못하는 연잉군에게 소신껏 직언을 하는 다부진 모습에서는 강단 있는 성격과 깊은 속내를 알 수 있게 했고,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혼란스러운 감정을 섬세한 눈빛과 표정 연기로 표현해내 극적 몰입도를 높였다.
물론 '대박'에는 최민수, 전광렬 등 쟁쟁한 선배 연기자들이 포진 되어 있어 임지연의 연기가 크게 돋보이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임지연은 담서에 완벽히 몰입해 물흐르는 듯한 연기력으로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냈다. 지금까지의 아쉬움은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로 발전한 모습. 담서의 감정이 살아나니 '대박'이 더욱 재미있어질 수밖에. 숙종을 상대로 주요 인물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가운데 담서 임지연이 보여줄 활약이 더욱 기대가 되는 순간이다. /parkjy@osen.co.kr
[사진] '대박'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