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타자 하나가 빠졌지만, 공백은 크지 않아 보였다. 대체로 들어간 최정민(27)이 그간의 기다림을 깨끗하게 털어내는 맹활약으로 팀 승리에 일조했다.
SK는 20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를 앞두고 선발 라인업을 급히 수정해야 했다. 외국인 타자 고메즈의 몸 상태 때문이었다. 훈련 중 가벼운 가래톳 통증으로 19일 결장한 고메즈는 당초 이날 선발 출전할 예정이었다. 스스로는 “경기에 뛸 수 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코칭스태프의 최종 결정이 내려졌다. 훈련이 끝난 뒤 선발 라인업을 부랴부랴 수정했다. 유격수로는 김성현이, 2루수로는 최정민이 선발 출전했다. 올 시즌 최정민의 첫 선발 출장이었다.

어떤 활약을 펼칠지 관심이 모아진 가운데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선발 8번 2루수로 출전한 최정민은 공격에서는 3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자신의 몫을 다했다. 2회 첫 타석에서 잘 맞은 타구가 중견수 뜬공으로 잡히며 아쉬움을 남긴 최정민은 4-0으로 앞선 4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때렸다. 자신의 올 시즌 첫 안타이자 프로 데뷔 후 첫 장타였다.
이 2루타는 김강민의 적시타로 이어지며 득점으로 연결됐다. SK가 도망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귀중한 안타였던 셈이다. 기세가 오른 최정민은 6회 세 번째 타석에서 좌익수 옆에 떨어지는 안타로 통산 두 번째 멀티히트 경기를 완성했다. 이어 8회에는 중전안타로 개인 첫 3안타 경기를 만들었다. 수비에서는 두 차례의 병살 플레이를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등 좋은 모습으로 벤치의 눈도장을 받았다.
2012년 SK의 지명을 받은 최정민은 2013년 상무에 입대해 2년간 군 복무를 한 뒤 지난해 다시 팀의 유니폼을 입었다. 타격이 정교하고 발이 빨라 내야 전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다만 베테랑 선수들을 넘어서지 못하고 8경기 출전에 그쳤다. 올해도 오키나와 2차 캠프 명단에서 탈락하며 쉽지 않은 행보가 이어졌다.
그러나 대만 타이중 캠프에서 이를 갈았고 좋은 성과를 내 시범경기에 합류한 이래 개막 엔트리까지 승선했다. 비록 지금까지는 고메즈, 김성현, 이대수에 막혀 출장 기회가 많지 않았으나 이날 확실한 면모를 과시하며 ‘준비된 선수’의 이미지를 공고히 했다.
경기 후 최정민은 "못해도 상관없으니 재미있게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는데 처음부터 잘 풀려서 정말로 경기를 즐길 수 있었다"라면서 "수비할 때도 수비 훈련을 많이 했기 때문에 부담이 없었고 '공이 나한테 왔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으로 자신있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라면서 소감을 밝혔다. 최정민은 개막 이후 다른 선수들에 비해 항상 1시간 먼저 나와 수비 훈련을 받는 선수다. 노력이 배신하지 않은 한 판이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