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조합이다. 음식으로 치면 패티를 가득 넣은 고칼로리 햄버거에 초콜릿 소스를 듬뿍 바른 것 같다. '어, 이래도 돼?' 싶다가도 일단 맛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 그렇다. '라디오스타'에서만 할 수 있는 불편한 질문들이 불쑥불쑥 나오는데, 악마의 입담을 가지고 있다는 예능 천재는 그걸 또 천연덕스럽게 받아 친다. 거기에 솔직하고 엉뚱한 양념을 더하는 김흥국까지. 흡사 센 입담꾼들이 전쟁터 같았던 이날의 방송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탁재훈은 지난 20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이하 '라디오스타') '아~머리아포' 특집에서 공손하고 진지한 모습으로 사과를 하는 동시, 변함없는 입담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줬다. MC들의 센 질문도 질문이지만, 대놓고 탁재훈을 위하는 '흥궈신' 김흥국의 몰아주기는 중요한 웃음포인트였다.
이날 김흥국은 대놓고 '라디오스타' MC들 앞에서 탁재훈을 비호해 웃음을 줬다. 조금 난감한 질문이 나올라 치면 "그런 질문은 빼면 안 되느냐?"고 했고, 재혼 얘기가 나오자 "김구라는 재혼 소식 있지 않느냐?"고 역공격을 해 웃음을 줬다. 적극적인 김흥국이 너무 부담스러워 일부러 '흥라인' 이천수를 게스트로 추천했다는 탁재훈은 그럼에도 불구, 김흥국의 말에 차분하게 답을 해주며 도란도란 만담 콤비를 이뤘다.
탁재훈에게는 특별히 '사과 타임'이 주어졌다. 그는 "늘 후회하고 자숙하고 있었다. 팬 여러분이 조금이나마 응원해주셔서 다시 나오게 된 게 감사하다. 앞으로 좋은 일 많이 하면서 좋은 생각을 갖고 일하면서 살겠다"며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MC들은 시도 때도 없이 사과 퍼포먼스를 요구했다. 장구 전공이라는 힘찬이 장구를 치고 나면, 탁재훈에게는 사과 장구를 요구했고, 힘찬이 클럽에서 춘다는 호루라기 댄스를 선보이면, 탁재훈에게는 사과 댄스를 추라고 했다.
게스트가 게스트인 만큼 토크의 주제는 셌다. '라디오스타' MC들은 탁재훈에게 지난날의 잘못에 대한 사과 시간을 주는 데 이어 이혼, 재혼, 자녀들과의 관계, 신정환의 복귀 등에 대해 끈임없이 질문했다. 일단 탁재훈은 현재 이혼을 해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음을 알렸다. 또 재혼에 대한 생각이 없다면서 중학생, 초등학생인 자녀들과는 자주 전화를 한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전화하면 '아빠' 하면 되는데 '아빠', 하고 '안녕하세요' 할 때가 섭섭하더라"며 아이들과 떨어져있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이어 탁재훈은 신정환에 대해서는 "제일 먼저는 본인이 '라디오스타'에 대한 복귀를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며 "얘기는 나눠봤는데 복귀 의사가 없는 것 같은데, 얼굴 표정이나 마음 보면 언젠가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근황을 알렸다.
백미는 목격담 시간이었다. 한 시청자가 과거 탁재훈이 전 부인과 결혼 전 일본 여행을 갔다 팬의 사인요청을 거부, "사촌 여동생과 여행을 왔다"고 변명을 했던 것을 지적하자 탁재훈이 "그 때의 사촌 여동생과 실컷 싸우고 헤어졌다. 사촌 여동생이 나를 고소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그렇게 다정했던.."이라고 받아친 것. 전 부인을 사촌 여동생이라고 칭하는 그의 솔직함과 재치는 시청자들 뿐 아니라 '라디오스타' MC들의 배꼽을 잡게 했다.
3년 만에 지상파의 문을 두드린 탁재훈의 복귀 첫 방송은 성공적이었다. 사실 이는 '라디오스타'라서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라디오스타'는 돌아가지 않는 직설적인 질문을 던지고, 이를 웃음으로 승화하는 MC들의 입담이 재산이 프로그램. 거기에 능청스러운 탁재훈의 예능감과 김흥국의 과장된 보호본능이 더해지니 '역대급' 꿀조합이 완성된 모양새다. '라디오스타'를 통해 성공적으로 복귀한 탁재훈의 다음 행보는 무엇이 될까? 기대감이 쏠린다. /eujenej@osen.co.kr
[사진] '라디오스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