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고구마 전개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진욱이 악한 김강우에게 또 당했다. 사랑하는 여자와 동생을 지켜주는 조건으로 살인죄를 뒤집어 썼건만, 그조차도 상대를 너무 과대평가한 것이었다.
지난 20일 오후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굿바이 미스터 블랙'(극본 문희정 연출 한희, 김성욱)에서는 다시 한 번 선재(김강우 분)에게 배신을 당하고, 죽을 위기에 처하는 지원(이진욱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지원은 선재의 죄를 모른 척하고 태국 살인사건의 죄까지 뒤집어쓰게 됐다. 그가 원하는 것은 딱 두 가지였다. 시력을 잃은 동생 지수(임세미 분)와 사랑하는 스완(문채원 분)의 안전이 그것.
선재는 지원이 태국 살인사건의 죄를 뒤집어쓰는 대신 지수와 스완의 안전을 약속했지만, 이는 사실상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되게 됐다. 은도(전국환 분)가 "차지원이 죽지 않는 한 끝나지 않는다"며 충동질을 했던 것이다.
선재는 지원이 회사 비리 자료를 수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지원이 사랑하는 스완을 납치해버렸다. 동시에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감옥에 수감된 선우에게 동료 죄소를 가장한 킬러를 보내 살인을 지시했다. 결국 지원은 가족과 재산, 신분까지 모든 것을 다 빼앗긴 상태에서 다시 한 번 배신당했다.
11회가 방송된 지금까지도 '굿바이 미스터 블랙'은 주인공의 시원한 반격보다는 그가 악한 인물에게 처절하게 짓밟히는 내용을 그려왔다. 그런 면에서는 이 드라마를 '고구마'라고 칭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고구마가 있는 곳에는 언제고 사이다가 등장하게 마련이다. 블랙이 선재에게 반격을 할 기회는 얼마든지 더 있을 것이다. 일단 선재는 킬러의 죽음으로부터 자신을 지켰고, 병원에 실려와서는 자신의 산소호흡기를 빼앗으려는 선재의 손으로부터 벗어났다.
'굿바이 미스터 블랙'의 원작이라고 할 수 있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주인공의 처절함이 통쾌한 복수로 치환될 때 보는 이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명작이다. 비록 감옥에 갔지만, 작가가 주인공을 이대로 둘 리 없다. 과연 지원은 시련을 이겨내고 다시 한 번 각성해 선재를 무너뜨릴까? 귀추가 주목된다. /eujenej@osen.co.kr
[사진] '굿바이 미스터 블랙'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