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은 물론이고 배우들이 유독 사랑하는, 일명 '스타 작가'가 있다. 이유는 여러가지다. 글을 재미있게 쓰기 때문이기도 할테고, 쓰는 족족 성공을 해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할테다. 하지만 이게 다는 아니다. 조금 더 깊이가 느껴지는 캐릭터를 통해 자신의 연기를 발전시키고 더 나아가 스타가 아닌 진짜 배우로 인정받고자 하는 이유도 있다. 사실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는 작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그래서 대중들은 그들이 집필만 했다 하면 기대를 하고 손꼽아 방송을 기다린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시청률과 완성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톱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작가, 이경희가 있다. -편집자주-
이경희 작가는 배우들이 유독 사랑하는 작가로 손꼽힌다. 작가마다 특유의 화법이나 분위기가 나기 마련인데, 이경희 작가 역시 깊이가 느껴지는 대사와 상황 속에 가슴 따뜻한 인간미를 녹여내며 자신만의 고유 영역을 만들었다. 물론 어둡거나 무겁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사실이나 그렇기 때문에 더욱 극에 푹 빠져드는 마성의 매력이 있다.
아직도 원빈하면 떠오르는 드라마인 KBS '꼭지'는 이경희라는 이름을 세상에 알린 드라마이기도 하다. 끈끈한 우리 이웃의 정과 가족간의 갈등, 사람냄새 사는 생생한 삶의 모습과 그 안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우정을 그린 드라마라 소개되는 '꼭지'는 이경희 작가가 그리고 바라는 따뜻한 인간애각 돋보이는 작품이다. 방송된 지 무려 16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회자되는 명작이다.
이후 이경희 작가는 '상두야 학교 가자'(2003),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 '이 죽일 놈의 사랑'(2005), '고맙습니다'(2007),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2009),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2012, 이하 '착한남자'), '참 좋은 시절'(2014)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시청자들을 만나왔다. 물론 집필하는 작품마다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었지만, 완성도나 화제성에서만큼은 그 어떤 것에도 뒤쳐지지 않았다.
특히 이경희 작가는 현재의 톱스타들을 먼저 발굴해내는 능력이 탁월했다. 비는 '상두야 학교 가자'를 통해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혔고, 소지섭과 임수정 역시 여전히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대표작이자 인생작으로 꼽는다. '고맙습니다'는 공효진을 주연 배우로 발돋움할 수 있게 해준 작품이자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명품 드라마라 여겨진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 특별 출연했던 송중기는 3년만에 '착한 남자'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돼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줬다. 현재 '태양의 후예'로 아시아 전역을 휩쓰는 신드롬의 주인공이 되긴 했지만 송중기가 배우로서 제대로 인정을 받은 건 '착한 남자'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뻔한 이야기 구조와 상황 속에서 감정을 만드는 여타의 드라마와는 달리 이경희 작가의 작품은 감정이 먼저 움직이고, 그 감정 때문에 인물이 움직이는 구조를 이룬다. 진실된 감정이 살아 숨 쉬는 느낌, 이것이 이경희 작가가 가진 특별한 힘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감정을 다루는 것도 특징이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 죽일 놈의 사랑', '고맙습니다'와 같은 경우엔 인간의 외로움 혹은 편견 등을 극 속에 녹여내 공감대를 형성하고 몰입도를 높였다. 부드러움과 강함이 공존하고 절대 악인도 선인도 없는 이야기 구조 역시 인기 요인이다.
이 때문에 많은 배우들이 이경희 작가의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곤 한다. '착한 남자'의 송중기는 드라마 출연 당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경희 작가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드러내곤 했다. 그는 "내가 이경희 작가님의 작품을 하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설렌다. 이렇게 훌륭한 작품을 써주시는 작가님 밑에서 연기를 한다는 것이 기쁘고, 그렇기 때문에 작가님께 인정 받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 '꼭지'를 모두 시청했다던 송중기는 "사실 내가 가장 최고로 인상 깊게 본 작품이 '고맙습니다'다. 작가님의 작품에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냄새가 나고, 시골스러운 느낌이 있었다. 허세가 없고 인간적이며 따뜻했다. (착한남자)에 출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하기도.
또 공효진은 이경희 작가의 페르소나가 되고 싶다고 했으며, 이경희 작가의 팬이라는 이종석은 꼭 한번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들 외에도 많은 스타들이 이경희 작가에 대한 애정을 고백해왔고, 그래서인지 이경희 작가의 신작에 캐스팅되는 배우들은 늘 화제의 중심에 섰다. 최근 모든 촬영을 마친 KBS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의 김우빈과 수지 역시 마찬가지. 이 드라마 역시 '태양의 후예'처럼 100% 사전 제작 되는데, 여름을 제외한 세 계절이 담겨 아름다운 영상미를 뽐내는 동시에 또 한번 가슴을 울리는 탄탄한 이야기로 시청자들을 매료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년 가까이 탄탄한 필력을 자랑하며 사랑받고 있는 이경희 작가의 '함부로 애틋하게'가 '태양의 후예'를 잇는 사전제작 드라마의 좋은 예가 될 수 있을지 벌써 기대가 모인다. /parkjy@osen.co.kr
[사진] 각 드라마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