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그대로 아끼다 뭐가 되도 된 꼴이다. 연기력에 있어 이견이 없는 배우들을 캐스팅 해 놓고 지루한 전개로 부진한 시청률을 보이더니 결국엔 표절 논란까지 터졌다. 종영을 단 2회 앞둔 tvN 월화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가 웃으며 이별을 고하는 것은 힘들 거로 보인다.
지난 3월 7일 첫 방송을 시작한 tvN 월화극 '피리부는 사나이'(연출 김홍선, 극본 류용재)는 위기의 상황에도 대화와 소통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위기협상팀의 활약과 시대가 낳은 괴물 '피리부는 사나이'의 대립을 그린 일촉즉발 협상 극이다.
극 중 신하균은 천재적인 협상 전문가 주성찬 역할을 맡았다. 주성찬은 경찰 위기협상팀 외부자문위원으로 '피리부는 사나이'와 전면전을 펼친다.
배우 유준상은 '피리부는 사나이' 윤희성을 연기한다. 윤희성을 만나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을 꿰한 유준상. 윤희성은 TNN 채널 나이트뉴스의 간판 앵커로 반듯한 외모와 설득력 있는 목소리를 겸비한 언론인의 표상이지만, 카메라가 꺼진 그는 연쇄 폭탄 테러를 저지르는 분노의 화신, 사회가 낳은 괴물, 피리부는 사나이로 변한다.
신하균 유준상 두 사람의 캐릭터 소개만으로도 박진감 넘치는 연기대결이 눈앞에 그려진다. 이들이 카메라 앵글에 함께 잡힐 때만큼은 시청자 또한 손에 땀을 쥐며 두 사람의 불꽃 튀는 연기대결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의 에너지 하나만으로도 '피리부는 사나이'는 이미 절반의 성공을 먹고 들어간 셈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쫄깃한 연기대결은 드라마가 끝날 때쯤에서야 부각되기 시작해고 굳이 지루하게 끌고가지 않았어도 될 중반부를 느슨하고 지루한 전개로 모두 허비해 버렸다.
윤희성이 '피리부는 사나이'가 된 이유야 마지막에 공개했더라도 그의 잔인하고 냉정한 면모는 앞서 꺼내어 주성찬과 날선 대립각을 보였더라면 훨씬 쫄깃한 작품이 됐을 거라는 게 시청자들의 지적.
중반부에서 고정 시청자를 모두 잃은 '피리부는 사나이'의 결과는 참혹했다. 지난 19일 방송한 14화가 기록한 시청률은 1.7%(이하 닐슨코리아 제공). 13화가 기록한 1.5%보다 0.2%p 소폭 상승했지만, 같은 시간대 방송했던 '치즈인더트랩'이 최고 시청률 7.1%를 기록한 데 비하면 초라한 수치다.
여기에 더불어 최종화를 2회 앞두고 표절 시비 논란까지 터졌으니 혼신의 연기를 보여줬던 배우들로선 억울하기까지 하다. 판을 깔아줘도 못하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황무지에서 가까스로 농사지어 일군 농작물을 내동댕이치다니 이건 해도 너무하다. /sjy0401@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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