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구 팬들 사이에 오랜 농담 하나가 있다. "이젠 좀 뜨자"라고. 스타가 아니란 소리가 아니다. 하지만 뭔가 톱스타라고 하기에는 2%가 부족했다. 될듯 말듯 하면서 결정적 한 방이 부족하니 애간장만 태웠다. 듣는 진구가 더 안타깝고 답답했겠지만 서 상사 스타일로 팬들을 달랬다. "그게 내 맘대로 되는거지 말입니다."
그런 진구가 정말 떴다. 기존 팬들은 환호했고 새로 가세한 팬들은 아우성이다. 이제 자기들도 한 자리 끼어달라고.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니다. 중국 대륙은 더 들떠 있다. 진구의 첫 번째 중국 방문에 현지 취재진과 팬들이 몰려들면서 베이징 공항 일대가 마비되다시피 했다. 송중기 얘기가 아니다. 진구 스토리다. 진짜로.
모든 게 '태양의 후예' 덕분이다. 아니 늦게나마 인생 배역을 만난 진구가 그동안 쌓은 내공을 제대로 발휘했기 때문이다. 진구가 이번엔 정말 떴으니까. '태양의 후예'에서 서대영 상사 역을 맡은 그는 군인의 남성미와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순애보를 달콤하게 버무려 매력남으로 거듭났다. 구원커플의 상대역 김지원은 무명의 설움을 벗고 신데렐라 꿈을 이뤘다. 진구는 참 좋은 일도 많이 하고 산다. 인생 캐릭터를 만난 진구에게 여성 팬들은 물론 남성 시청자까지 홀딱 빠졌다. 멋진 사나이, 진구 따라하기가 유행이다. '저도 완전 서상사지 말입니다."
다시 중국 현장. 지난 14일 진구는 중국 웨이보, 아이치이의 초청으로 ‘태양의 후예’ 마지막 방송에 맞춰 중국 팬들과 함께 본방을 사수하기 위해 베이징을 찾아다. 오후 4시 40분, 진구가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환호와 함성으로 공항이 떠나갈 듯 했다. 그 넓은 베이징 공항이. 걸음을 떼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인파들에 둘러싸인 진구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힘들어도 이게 어딘가. "언제 뜨냐"고 울다가 "진짜 떠서" 이 고생인 것을. 쇄도하는 사인과 사진 촬영 요청에 일일이 응해주고 환한 얼굴로 인사도 잊지 않았다. 팬 서비스의 정석을 선보였다. 서 상사 아닌 달콤한 진구 스타일로.
그는 최근 남성 패션지 화보도 찍었다. 스케쥴이 바쁘다. 이번 인터뷰에서 “서대영 상사의 인기에 정말 깜짝 놀랐다. '태양의 후예' 촬영 때 위험한 액션신들을 찍으면서 모두 이 작품이 잘 되길 기원했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잘될 줄은 또 몰랐다. 행운이 따라준 것같다"고 겸손하게 소감을 밝혔다.
그렇다면 묵직한 서 상사 다음에 해보고 싶은 캐릭터는? "외화 ‘세렌디피티’같은 로맨틱 코미디의 남자 주인공에 끌립니다. 멜로영화의 고전이 된 ‘약속’ ‘편지’에서 처럼 절절한 사랑 연기도 가슴에 와 닿아요. 그래도 14년 동안 쉬지 않고 연기를 하면서 조바심 같은 게 많이 없어졌어요.”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고 화사하다. 진구가 딱 그렇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국내뿐 아니라 중국까지 사로잡은 배우 진구가 그렇다./mcgwire@osen.co.kr
<사진> 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