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유진모의 취중한담]오는 27일 개봉될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배급)가 슈퍼히어로 영화 마니아들을 실망시킨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 리그의 시작’을 보란 듯이 비웃을 채비를 마쳤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는 아직 개봉이 일주일도 더 남은 19일 오전 7시25분 전체 예매율의 69.2%(6만7117명,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를 차지한 압도적인 1위로 흥행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전작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90%가 넘는 예매율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볼 때 그 수치에의 접근 혹은 경신도 가시권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 역시 개봉 전까지만 해도 관객들의 관심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긴 했다. 하지만 개봉 전 언론시사회를 통해 먼저 공개된 후 호평과 혹평의 두 갈래로 나뉘기 시작하면서 흥행전선에 적신호가 켜지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달 24일 개봉 후 수많은 관객들의 실망감이 입소문과 SNS를 통해 번지면서 일주일 만에 관람률 하락세가 급격하게 이어지면서 현재 230만 관객도 모으지 못한 채 할리우드 슈퍼 히어로 블록버스터의 국내흥행 마지노선이라는 300만 관객 동원이 요원하다.
그러나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양상이 다르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1049만 명을 기대하긴 시기상조지만 ‘배트맨 대 슈퍼맨’ 같은 참패는 없을 듯한 분위기다. 관객들의 수준이 높아져 언론의 평가를 앞서 비교적 정확한 평가를 하는 추세가 된 지 오래기 때문이다.
이렇게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시작 전 분위기가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 리그의 시작’에 엄청난 기대감을 품었다 그 이상으로 실망한 관객들의 허탈한 상실감의 빈 공간을 채워줄 대리만족의 심리가 워낙 크다는 데 그 원인이 있다.
관객들은 이미 ‘어벤져스’의 2편의 시리즈를 비롯해 ‘아이언 맨’ 시리즈, ‘토르’ 시리즈,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 그리고 작품성의 최고봉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등을 통해 DC에 대한 신뢰감이 굳게 쌓였다.
하지만 마블에 대해선 반신반의한다. ‘배트맨’ 시리즈, ‘다크 나이트’ 시리즈 등에서 재미와 철학 면에서 모두 만족하긴 했지만 새로운 ‘슈퍼맨’ 시리즈와 ‘왓치맨’에선 호와 오가 극명하게 갈렸다. 특히 평단과 마니아들의 극찬에도 불구하고 ‘왓치맨’에는 커다란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그건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의 ‘아비정전’을 누아르로, ‘동사서독’을 무협액션물로 착각한 관객들이 쏟아냈던 ‘사기 당했다’는 불만과 비슷한 결과다.
그래서 이번에 관객들은 ‘배트맨 대 슈퍼맨’에 엄청난 기대감을 가졌던 것이다. 일단 연출자가 ‘왓치맨’의 감독이지만 비교적 최근 ‘300’과 ‘맨 오브 스틸’의 잭 스나이더라는 데 신뢰감을 보냈다. 하지만 ‘배트맨 대 슈퍼맨’엔 ‘맨 오브 스틸’의 진지한 고민도, ‘왓치맨’의 엄청난 철학도 없었다. 애초에 시나리오 자체부터 출발이 잘못됐다. 영화의 핵심인 배트맨과 슈퍼맨이 왜 싸워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부터 엉성했고, 그래서 그들이 화해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관객들의 헛웃음을 유발하기에 이르러 사이즈만 엄청나게 크고, 메시지는 전혀 없는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사전 ‘떡밥’을 통해 알려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차원이 다르다. 이 영화 역시 구심점은 어벤져스 팀으로 뭉쳐 지구를 구했던 슈퍼 히어로들이 ‘팀 캡틴’과 ‘팀 아이언맨’으로 갈려 서로 대결한다는 갈등구조에 있다.
배트맨이 슈퍼맨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품게 된 계기는 ‘권력을 지닌 자는 언젠가 꼭 부패한다’는 논리로서 ‘지금 고담 시에 착한 사람이 얼마나 남았냐’고 묻는다. 하지만 사실 그건 슈퍼맨이 나타나기 전까지 고담 시에서 천상천하 유아독존이었던 그가 이제는 늙어서 기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슈퍼맨이 옆 도시 메트로폴리스에서 우상으로 숭배 받고 있기 때문에 받아야 했던 자신의 존재감 상실에 대한 두려움과 압박감이었다.
그건 숱한 전작들에서 그렸던 정체성의 고민으로 가면 뒤에서 자신의 실체에 대해 갈등하고 고뇌하던 진지한 브루스 웨인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여서 마니아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게다가 원작과 전혀 다른 캐릭터와 내용을 풀어간 과감한 ‘창작’ 역시 마니아들의 이해를 이끌지 못했다.
물론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역시 ‘배트맨 대 슈퍼맨’처럼 슈퍼 히어로들이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악당들을 처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전시재난으로 인한 수많은 희생자와 엄청난 경제적 손실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선 동기의 시각이 똑같다. 하지만 플롯을 풀어가는 과정이 다르다. 이런 논란을 놓고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정부가 고민한 끝에 슈퍼 히어로들을 UN 산하에 귀속시켜 통제하자는 등록제를 내놓자 이를 따르는 아이언맨 팀과 거부하는 캡틴 아메리카 팀으로 나뉘어 이들이 이전까지의 우정을 내려놓고 전쟁을 벌인다는 게 시작이다.
헐크와 토르를 제외한 기존 어벤져스 멤버 외에 블랙 팬서, 앤트맨, 그리고 수많은 마니아들이 기대하는 스파이더맨까지 가세시키는 상큼한 아이디어를 풀어놓고, 그들이 왜 갈등하고 싸워야 하는지 설득력 있는 탄탄한 시퀀스를 삽입해 스토리를 완성함으로써 관객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여기에 마블 스튜디오가 제작한 모든 작품은 공통적인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마블만의 이데올로기가 매번 관객들을 강한 흡인력으로 끌어들인다는 점도 힘을 보탠다./osenstar@osen.co.kr
<사진> '캡틴 아메리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