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격하게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모았던 SK의 불펜이 예상보다 탄탄한 모습으로 팀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 추격조와 필승조의 기량 격차도 상당 부분 사라져 벤치의 선택지를 넓혀주고 있다. 관리까지 받으며 승승장구다.
21일까지 11승6패를 기록하며 리그 단독 2위에 올라 있는 SK는 3.97의 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해 두산(3.66), NC(3.95)에 이어 리그 3위를 기록 중이다. 리그 최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에 평균자책점 1위(4.15)에 빛나는 선발진도 선발진이지만 불펜의 역투도 만만치 않다. 5승2패4세이브7홀드, 평균자책점 3.64를 합작 중이다.
당초 정우람(한화)과 윤길현(롯데)의 FA 이탈로 불펜 전력에 큰 구멍이 뚫렸다던 SK였다. 두 선수는 지난해 SK의 8·9회를 나눠 들었다. 당연히 팀 내 비중은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그 공백을 메워가는 모습이다. 물론 앞으로 힘 있는 타선을 상대해봐야 좀 더 정확한 견적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은 맞다. 하지만 기존 선수들이 분전하고 있는 가운데 새 얼굴의 등장까지도 기대를 모을 만한 구석이 많다.

베테랑들인 박정배와 박희수는 8·9회를 확실히 지우고 있다. 두 선수는 올 시즌 등판에서 아직 실점이 하나도 없을 정도의 역투를 이어가고 있다. 윤길현-정우람 듀오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워주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스윙맨 채병룡이 팀 불펜의 ‘만능키’로 자리하며 시즌초반 불펜을 끌어가고 있다. 박정배, 박희수 못지않은 팀 공헌도다.
SK 벤치도 연투에 능하고 1이닝 이상 소화가 가능한 채병룡을 적시적소에 활용하면서 지난해보다 한층 과감해진 투수교체 타이밍을 보여주고 있다. 긍정적인 것은 또 있다. 허리 통증으로 개막 엔트리에 합류하지 못했던 전유수가 1군에 합류해 본격적인 적응에 나섰다. 역시 마당쇠인 전유수까지 가세하면 SK는 6~8회에 활용할 카드가 또 하나 늘어난다.
신재웅은 원포인트 릴리프로서 상대 좌타자를 막는 몫을 하고 있고 베테랑 김승회도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올리며 채병룡과 함께 6~7회를 책임지는 선수가 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김용희 감독도 “신재웅과 김승회의 구위에서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 정도 경험이 있는 필승조만 완성되어도 한 시즌을 버틸 수 있는 밑천은 마련된다. 여기에 추격조로 생각했던 사이드암 박민호와 우완 정영일의 상승세도 돋보인다. 박민호는 8경기에 나가 평균자책점 4.22를 기록 중이다. 팀 불펜 유일 옆구리 계통의 투수로 다방면에서 활용되고 있다. 정영일은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69를 기록하며 힘 있는 투구를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SK 불펜은 이기는 경기에서 모든 선수들이 투입될 수 있을 만한 컨디션을 과시 중이다. 자연히 특정 선수에 걸리는 부하가 줄어든다. 여기에 선발 투수들이 5~6회를 꾸준하게 끊어주다 보니 관리도 잘 되고 있다. SK의 올 시즌 불펜 소화 이닝은 54⅓이닝으로 뒤에서 네 번째다. 1위 한화(92⅔이닝), 2위 kt(75이닝)와 비교하면 시즌 후반을 대비할 힘은 비축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여기에 지난해 불 같은 강속구를 선보이며 팀의 차세대 마무리감으로 눈도장을 찍은 서진용도 팔꿈치 수술에서 순조롭게 재활 중이다. 재활 과정에서 퇴행 단계 한 번 없는 순항이라 오히려 구단 관계자들이 불안해 할 정도다. 이제 재활 막바지에 이르렀고 현재 페이스라면 당초 예상보다 빨리 본격적인 투구에 나설 수 있을 전망이다. 적응기까지 고려하면 기존 선수들이 지칠 법한 여름에 큰 힘을 보탤 수 있다. 문광은 이정담 고효준 등 대기하고 있는 자원들도 더러 있다. 양적으로는 풍부하다.
김용희 SK 감독은 지난해 관리야구를 기치로 내걸어 불펜 투수들의 과부하 방지에 신경을 썼다. 그 결과 “투수교체 타이밍이 과감하지 못하다”라는 비판도 많이 받았지만 전임 김성근, 이만수 감독 하에서 이뤄졌던 ‘혹사의 대물림’을 끊어냈다는 성과는 분명 인정받아야 한다. 그렇게 관리를 받고 올해 다시 날아오르는 선수들이 박정배와 박희수다. 2군에 있는 젊은 투수들의 기량이 좀 더 올라온다면 원활한 마운드 세대교체까지 잡을 수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