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열의 스케치북’이 7주년을 맞았다. 지난 2009년 4월 24일부터 방송됐으니, 이제 10주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라이브 무대와 토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예능들이 하나둘 사라진 지금, 유일하게 남은 이 프로그램의 7주년은 시청자들에게도 매우 특별했다.
지난 22일 방송된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제1회 인조잔디 페스티벌’로 꾸며졌다. 정통 음악회를 연상케 했던 좌석 대신 여느 음악 페스티벌처럼 바닥에 편하게 앉아 주전부리들을 즐기며 공연을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해와 달 모형에 벚꽃 나무까지 가져다 놓았지만 영 허술한 모양새가 기분 좋은 웃음을 자아냈다. MC 유희열은 관객들을 향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일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한 프로그램을 7년간 키워 온 그의 애정이 온 얼굴에 가득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첫 무대에는 첫 방송을 함께 했던 가수 이승환이 초대됐다. ‘공연의 신’ 답게 명곡들을 쏟아내는 그에게 관객들은 환호와 떼창으로 화답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만 볼 수 있는 만담도 오갔다. 유희열은 이승환을 보자마자 “이 형 지금 독거 노인이 야외에 오랜만에 나와서 완전히 들떴다”고 말해 웃음을 줬고, 이승환 역시 “유희열씨는 1년 전보다 더 마른 것 같다. 도와주고 싶다”고 재치있게 받아치는 식이다. 한 주를 마무리하는 날의 깊은 밤을 언제나 유쾌하게 마무리해주던 ‘스케치북’ 다운 모습이었다.
밴드 10cm가 등장했을 때는 보는 이들과 함께 호흡하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발표된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봄이 좋냐??’의 후렴구를 관객들이 한 목소리로 따라부르는 광경은 가히 장관이었다. 이후 MC 박지선이 나타나 관객석의 참여를 유도하는 즐거운 모습도 연출됐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속 코너 ‘수질검사 왔어요’는 그 동안 이처럼 안방 시청자들도 들썩이게 할 만큼 행복한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지난 2011년, MC 유희열은 “100회까지 안 잘린다는 약속을 지켰다”며 특유의 농담을 섞어 시청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제는 100회를 훌쩍 넘겨 무려 315회까지 왔다. KBS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가 ‘이문세쇼’로 이어지고, ‘이소라의 프로포즈’가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거쳐 ‘이하나의 페퍼민트’로 가는 과정에서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선배 음악 프로그램들의 정수만을 취하며 사랑받았다.
그 사이 2014년 세월호 참사에 한 달 이상 방송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희열은 자작곡 ‘엄마의 바다’를 통해 추모의 마음을 전달했다. 사람을 위로하는 음악의 가치를 MC부터 지켜내고 있었던 것이다. 늘 친근한 분위기 가운데서도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음악을 장난스레 대한 적은 없었다. 7주년을 넘어 10주년을, 혹은 그 이상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이 프로그램의 장수를 마음 깊이 바라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유희열의 스케치북’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