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리더는 영원한 리더였다.
그간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줬던 엉뚱하고 웃긴 이미지 덕분에 은지원이 젝스키스의 리더였다는 사실은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잊혔었다. 하지만 ‘무한도전’을 통해 다시 드러난 리더로서 그의 진면목은 팬들의 가슴을 다시 두근거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젝스키스 멤버들은 지난 23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의 ‘토토가 시즌2’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드디어 하나마나 공연을 시작했다.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오랜만의 무대에 감격스러워 하는 이들의 모습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짠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이날 은지원은 무려 16년 만의 컴백에서도 변함없이 리더다운 면모를 드러냈다. ‘무한도전’ 멤버들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는 예능감은 물론, 멤버들을 이끌고 춤과 노래, 랩까지 허투루 하지 않는 모습에서 이번 컴백에 임하는 그의 진지한 마음가짐이 엿보였다.
많은 이들을 추억에 잠기게 했던 이번 ‘토토가2’ 특집은 젝스키스에게도 영광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특별한 계기가 됐다. 은지원은 선곡을 위해 과거 영상을 돌려보면서 “‘학원별곡’은 힘든 곡이 아니라 구린 곡이다”, “(장) 수원이 노래 더럽게 못했었다”라며 ‘셀프 디스’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젝스키스가 해체 당시 부른 ‘기억해줄래’ 영상에서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 눈을 떼지 못하고 한참을 아무 말도 잇지 못하다 “옛날 영상 보니까 확 (감정이) 올라온다”라고 말하는 은지원의 모습은 보는 이들마저도 먹먹하게 만들었다.
특히 은지원은 연습하는 내내 무릎의 고통을 호소해 안타까움을 샀다. 결국 병원으로 향한 그는 무리하지 말라는 의사의 진단에도 무릎 보호대에만 의존한 와중에도 “그동안 병원에 안 온 건 혹시나 괜히 그냥 이상한 소리 들으면 연습하는데 지장 올까봐”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무대의 의미를 묻는 제작진의 질문에는 “형으로서 이때까지 16년 동안 딱히 챙겨준 것도 없고 해준 것도 없는데 기적 같은 기회가 왔기 때문에 마음이 단합이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라면서 무뚝뚝한 겉모습에 숨겨진 멤버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했다.
드디어 오른 무대에서도 은지원은 여전히 리더였다. 성황리에 첫 번째 무대를 마친 후 “저희 젝스키스였습니다. 기억해주세요”라는 한 마디로 여러 가지 감정을 정리했고, 그 후에는 90도로 꾸벅 인사하며 관객들을 향한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예능이 낯선 멤버들을 배려해 먼저 나서서 멘트를 하거나 무대에서도 변치 않는 존재감을 발휘하며 다시 한 번 리더로서의 저력을 입증한 은지원의 모습은 ‘재발견’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 이번 ‘토토가2’ 특집이 선물한 것은 젝스키스의 컴백뿐만이 아니라, 오랫동안 봉인돼있었던 은지원의 ‘리더다움’도 포함이었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무한도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