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진짜사나이’ 중년 특집이 안방극장을 휘어잡은 것은 중년 스타들의 군생활이 공감가는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잘 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쉽사리 되는 일은 없다. 그래도 문제의 소지를 예감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서로 부족한 부분은 배려를 하며 조금은 덜 힘들게 으쌰으샤 노력한다.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어떠하랴. 이들에게는 세월이 흐른 만큼 돈으로 살 수 없는 깊은 연륜이 있다.
지난 24일 방송된 ‘진짜사나이’ 중년 특집 3탄은 멤버들이 예상한대로 분대장이 된 이동준이 보고를 제대로 하지 못해 전체 얼차려를 받는 모습이 담겼다. 분대장이 책임을 지고 보고하는 일인 줄 몰라 자원했던 이동준. 이동준이 암기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몰랐던 일반인 병사들의 몰표 속에 분대장이 된 이동준은 저녁 인원 보고를 제대로 하지 못해 얼차려를 2번이나 받았다. 여기에 화장실 청소가 깨끗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몸이 불편한 인원은 말하라는 말에 금단 현상을 고백해 2번의 얼차려를 더 부여받았다.
분대원들을 이끌어야 하는 분대장이 치명적인 구멍병사였던 것. 허나 멤버들은 싫은 티를 내지 않았다. 윤정수는 ‘윤비서’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이동준을 도왔고, 다른 멤버들 역시 당황스럽긴 해도 묵묵히 지켜봤다. 자책감에 이동준이 분대장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한 번 분대장은 영원한 분대장이라며 용기를 북돋은 것은 멤버들과 이동준의 아들뻘인 동기들이었다.
한없이 기가 죽은 이동준의 모습이 안타까웠던 것은 비단 동기들뿐만이 아니었을 터.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는 강한데 뜻대로 되지 않아 당황하는 ‘상남자’ 이동준의 축 처진 어깨는 어깨를 토닥이고 싶을 정도였다. 분명히 ‘연예계 핵주먹’이라는 별명대로 무시무시한 성격으로 동기들을 휘어잡을 것 같았던 이동준은 군대에서 순한 양이 돼 있었다.
이동준의 반전 매력과 함께 동시에 어린 동기들의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뭉클해 하는 중년 특집 멤버들의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아버지라는 가슴 먹먹한 그 이름으로 유대 관계가 형성된 멤버들. 석주일과 조민기는 눈물을 보였고, 이동준은 아들을 떠올리며 동기들을 따스하게 감쌌다. 적어도 20살은 차이가 나는 동기들과 같은 훈련을 받으며 진땀을 빼는 중년 스타들에게는 연륜이 있었다.
제식을 제대로 외우지 못하고 따라하지 못해 당혹스러운 순간이 펼쳐져도, 체력적으로 어려운 훈련을 받느라 힘이 들어도, 금단 현상 때문에 병든 닭이 돼도 이들에게는 험난한 세상살이를 버티며 얻은 연륜이 있었다. 그 연륜은 생면부지 동기들에게 위로를 할 수 있는 넓은 아량이 되고, 실수 연발의 동기 때문에 얼차려를 받더라도 짜증을 내지 않고 유쾌하게 넘어가는 배려로 이어진다. 아저씨들은 꼰대가 아닌 그렇게 인생 선배로서 옆을 지켰다.
그래서 자꾸만 마음과 달리 훈련 중 삐걱거리는 누군가의 아버지 혹은 아저씨라고 불리는 중년 스타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공감하고 어딘지 모르게 눈물이 나는 감동을 얻는다. ‘진짜사나이’ 중년 특집이 여군 못지않게 관심과 즐거움을 형성하는 것도 중년이라는 나이를 깊은 연륜으로 보여주고 있는 아저씨들을 담담하게 펼쳐놓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 jmpyo@osen.co.kr
[사진] ‘일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