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컴백설도 나란히" H.O.T vs 젝키 20년 라이벌 역사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6.04.25 15: 32

"확정된 바 없다"
H.O.T와 젝스키스가 25일 각각 재결합 콘서트와 새 앨범 발매설이 불거졌다. 일단 H.O.T와 젝스키스 측은 논의 중이지만 확정된 바 없다거나, 금시초문이라는 반응. 1990년대 말 주름잡던 인기 아이돌그룹이 다시 함께 무대에 오르길 바라는 팬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두 그룹이 나란히 재결합에 대한 관심을 받고 있는 것.
앞서 “연습생 시절 ‘타도 H.O.T’를 외쳤다”는 젝스키스 멤버들의 고백은 인기 아이돌그룹 양대 축의 실제 존재했던 경쟁 관계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젝스키스가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토토가 시즌2’를 통해 16년 만에 재결합 무대를 꾸미면서 H.O.T의 재결합을 바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독일어로 ‘6개의 수정’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젝스키스와 영어로 ‘10대들의 우상’이라는 H.O.T가 세상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두 그룹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경쟁이자 동지 그룹이었다.

# H.O.T의 성공, 아이돌그룹의 탄생
1996년 데뷔한 H.O.T는 아이돌그룹이라는 이름을 탄생시킨 장본인이었다. 10대를 겨냥한 노래와 춤을 소화하는 퍼포먼스 그룹. 10대들의 마음을 대변한 파격적인 가사 ‘전사의 후예’로 화려하게 세상의 빛을 봤다. 후속곡인 ‘캔디’의 귀여운 대사와 안무는 20대 팬들까지 폭을 넓히게 했다. 문희준, 토니안, 장우혁, 강타, 이재원 등 5명의 멤버들은 각자 노래, 춤, 랩 담당이 따로 정해져 있었다. 이들 중 한명은 여성들의 마음을 빼앗을 수 있을 만큼 각자의 개성이 달랐고, 이후 여성들을 공략하는 남성 아이돌그룹은 최소 5명 이상이어야 한다는 공식이 됐다. H.O.T는 거대한 팬덤을 갖게 됐고, 그해 가요시상식 신인상을 휩쓸었다.
# H.O.T를 잡아라, 대항마 젝스키스 출격
H.O.T의 성공 이후 대성기획(지금의 DSP미디어)은 6명의 남성 아이돌그룹 젝스키스를 1997년에 내놨다. H.O.T와의 경쟁 구도는 적중했다. 젝스키스 역시 10대들의 마음을 휘어잡는 가사인 ‘학원별곡’으로 시선을 끌어모았고, 좀 더 대중적인 ‘폼생폼사’로 인기를 높였다. H.O.T와 같은 전략이었다. 이 같은 모방 전략과 경쟁 구도는 H.O.T와 젝스키스 양쪽 팬덤이 함께 팽창하는 이유가 됐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 소재로 나왔듯이 H.O.T와 젝스키스 팬덤은 드림콘서트 등 대형 콘서트 현장에서 사사건건 부딪히는 살벌한 신경전을 벌였다.
# 신비주의 H.O.T vs 대중화로 팬층 넓힌 젝스키스
젝스키스는 1집 성공 이후 40여일 만에 2집을 발표하며 인기 굳히기에 들어갔다. 은지원, 이재진, 김재덕, 강성훈, 고지용, 장수원으로 구성된 이들은 H.O.T에 비해 단기간 많은 앨범을 발표하고 좀 더 많은 대중적인 활동을 했다.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음악 프로그램 1위 석권은 당연했다. H.O.T는 젝스키스에 비해 신비주의를 표방했다. 1년에 한 번꼴로만 앨범을 발표했고, 3집부터는 멤버들의 자작곡 수록에 몰두했다.
타이틀곡 역시 젝스키스는 좀 더 대중적인 곡이었고, H.O.T는 다소 난해한 가사와 안무를 내세웠다. 두 그룹의 활동 기간도 대부분 겹치지 않았다. 한 무대에서 1, 2위 경쟁을 하는 일을 보기 쉽지 않았던 시기였다. 요즘은 워낙 10대 팬들의 취향이 다양하고, 그 다양한 감성을 자극하는 아이돌그룹이 셀 수 없이 많지만 당시에는 딱 두 그룹이 10대 팬들을 양분해서 마음을 흔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 후 신화와 god가 데뷔하면서 아이돌그룹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졌지만 초반 3년까지는 두 그룹이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해 경쟁했다.
# 아이돌그룹이 돈이 된다
H.O.T와 젝스키스가 1세대 아이돌그룹으로 불리는 이유는 음반 활동 외에 멤버들의 인기를 활용해 다방면으로 상품 기획이 가능하다는 것을 대중에게 알린 그룹이었기 때문. H.O.T는 음료수가 출시됐고, 젝스키스는 향수가 나왔다. 지금이야 다양한 상품이 쏟아지고 있지만 그때 당시에는 정말 획기적인 기획이었다. 1990년대 말은 두 그룹을 상징하는 하얀색과 노란색의 우비와 야광봉, 그리고 앨범과 포스터를 사는 게 전부였던 시절이었다. 관련 상품은 사회적으로 꽤나 충격이었다. 사회 뉴스에 소개될 정도. H.O.T의 경우 콘서트 당일 교육부가 일선 학교에 조퇴 금지령을 내릴 정도였고, 젝스키스가 출연했던 영화 ‘세븐틴’을 보겠다고 밤새 줄을 서는 젝스키스 팬들이 가득했다.
# 해체, 개인 활동...그리고 재결합
젝스키스와 H.O.T의 해체 시기도 비슷했다. 젝스키스가 2000년, H.O.T가 2001년이었다. 두 그룹의 해체는 아이돌그룹 최대 수명이 5년이라는 공식을 만들었다. 물론 신화는 그룹 활동과 개별 활동을 병행하며 아직까지 완전체 활동을 하고 있지만 말이다. H.O.T와 젝스키스 모두 해체 후 개별 활동을 하며 미래를 모색했다. 토니안, 장우혁, 이재원은 JTL로 활동했고, 장수원과 이재진은 제이워크로 힘을 모았다. 허나 대부분은 개별 활동을 했고 해체 후 함께 무대에 오르지 않는 것 역시 공통점이었다.
그러다가 젝스키스가 이번에 ‘무한도전’을 통해 16년 만에 컴백 무대를 갖게 되면서 H.O.T에게 시선이 쏠리고 있다. H.O.T가 올해 데뷔 20주년이기 때문. 경쟁 그룹이었던 이들은 한 그룹이 재결합을 하면 다른 그룹에게도 주목이 간다. H.O.T 팬들이 젝스키스의 컴백 무대를 지켜보며 H.O.T의 재결합을 바라는 것 역시 지난 20년간 두 그룹이 자의든 타의든 1세대 아이돌그룹 부흥을 이끈 공동 운명체이기 때문일 터다. / jmpy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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