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기자회견의 신스틸러다. 할리우드 배우 안소니 마키의 숨겨진 매력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약 1시간가량 진행된 국내 취재진과의 시간을 화기애애하게 만든 그의 입담은 지금까지 몰라봐서 미안할 정도였다.
국내 취재진은 지난 21일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이하 ‘시빌워’)의 주역들을 만나기 위해 싱가포르로 향했다. 기자회견이 열린 22일 방문한 마리나 베이 샌즈 컨벤션 센터에는 ‘시빌워’ 관련 행사들로 온통 ‘시빌워’ 세상이 돼 있는 모습이었다.
그중 총 12개국의 취재진과의 기자회견도 포함돼 있었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호주 등 다양한 나라에서 취재진이 초청됐는데, 국내 취재진은 유일하게 참석 배우들과 감독을 단독으로 만날 수 있었다.
한국의 많은 마블 팬들을 위해 대신 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전했다. 한국 영화 산업에 대한 그들의 관심, 애정과 관한 이야기가 주가 됐다. 그럼에도 현장 분위기를 미처 그대로 옮겨 담지 못한 아쉬움에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놓게 됐다.
이날 현장에는 조 루소 감독과 함께 캡틴 아메리카 역의 크리스 에반스, 윈터 솔져 역의 세바스찬 스탠과 팔콘 역의 안소니 마키가 참석했다. 원래 주연에게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쏠리는 법. 이번에도 기자회견에서의 분위기나 질문이 다소 크리스 에반스에 쏠리겠다고 예상했지만, 의외로 기자들은 안소니 마키라는 이름을 머릿속에 단단히 각인시키고 돌아왔다. 그의 ‘아이언맨’ 뺨치는 입담 덕분이었다.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은 포스였다. “위 러브 코리아”라고 큰 소리로 외친 건 그의 ‘입담쇼’의 시작이었다. ‘시빌워’가 아무래도 캡틴 아메리카 팀과 아이언맨 팀이 대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니 질문도 그와 관련된 것들이 많았다.
먼저 현장 분위기는 어땠냐는 말에 안소니 마키는 극의 긴장감을 그대로 가져가기 위한 농담을 던졌다. 바로 스파이더맨 역의 톰 홀랜드에 대해서다. 그는 “저희랑 잘 안 맞는 것 같다”며 짓궂게 웃었다. 스타의식이 심해서 두 시간에 한 번씩 앉아서 주스를 마셔야 하고, 물도 특정 브랜드의 물만 마셔서 스태프들을 힘들게 했다는 설명이었다. 그의 ‘디스’에 옆에 있던 크리스 에반스도 웃음을 터트렸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르겠는 그의 ‘디스’는 이어졌다. 이번에는 아이언맨 역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향한 것. 캡틴 아메리카 팀과 아이언맨 팀이 끝까지 싸우면 어느 편이 이길 것 같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그는 자신의 몸을 가리키며 “티셔츠 터지려고 하는 거 안 보이냐”며 자신들의 근육을 어필하기 시작했다. 이부분에서는 정말 그래서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이어 “당연히 우리(캡틴 아메리카 팀)가 이긴다”며 “나이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지만 (아이언맨은) 늙고 낮잠 주무시는 분이다. 아마 지금쯤(현지시각 오전 10시) 일어났을 거다. 우리에겐 근육이 있지만 그에게는 슈트밖에 없다. 원래 싸움은 근육으로 이기는 법”이라고 덧붙였다.
이쯤 되면 그가 무슨 말을 할까 집중하게 됐는데, 이는 현장에 있던 모든 이들의 생각이 아니었나 싶다. 마지막까지 안소니 마키는 웃음을 줬다. “안녕하세요”라는 한국말을 배웠던 것인지 헤어지는 순간에는 “안녕가세요”라며 인사했다. 이처럼 그의 순발력 있는 재치 덕분에 싱가포르에서의 추억은 더욱 특별한 시간이 됐다. / besoda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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