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에 텃세 부리던 박명수"..김태호PD, 비화 밝히다 [무도 뒷담화①]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6.04.25 14: 00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지난 23일 11주년을 맞이했다. 통통 튀는 아이디어들로 매번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준 이 프로그램은, 시간이 지나면 쇠퇴기를 겪게 되는 여타 예능 프로그램과 달리 11년간 '국민 예능'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하며 사랑받고 있다. 여기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은 역시 수장인 김태호 PD다. 예고 없이 일을 벌여 멤버들에게는 종종 '양아치'로 불리는 그지만, 기존 예능의 패러다임을 깨고 새로움을 추구한 창의적인 발상은 '예능 천재'라는 별명을 붙여줘도 될 만큼 획기적이었고, 그런 그의 리더십으로 말미암아 '무한도전'은 매년 생명 연장에 성공하고 있다. 
김태호 PD는 지난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백범로 서강대학교 이냐시오관 강당에서 열린 춘계세미나에서 ''무한도전'에서 배우는 삶의 자세''라는 제목의 강연을 했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무한도전'이 11주년을 맞이하는 날이었는데, 김 PD는 강연을 통해 '무한도전'이라는 브랜드를 11년간 끌고 올 수 있었던 자신만의 경험과 전략을 공유했다. 
지금의 '무한도전'을 이룬 가장 중요한 요소는 멤버들이었다. 그는 멤버들을 '헬륨풍선'에 비유하며 "(멤버들이) 사정없이 올라가려고 할 때가 많다. 나는 이 사람들을 땅에 묶는 역할을 한다. 때로는 냉정하고 매섭게 평가를 하기로 한다. 그런데 내 말이 안 통할 때 가장 무서운 건 시청자들의 평가다. 피드백을 바로 본인들이 알아서 하더라"고 말했다. 

2005년 김태호 PD의 투입 당시, '무모한 도전'은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김PD를 가장 고민하게 했던 것은 멤버 구성에 대한 비판이었다. 초창기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등은 하나하나 개성이 넘치는 캐릭터였지만, 딱히 시청자들에게 호감을 줄만한 이들은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가 모두 알고 있듯, 이 멤버들은 이제 '무한도전'의 역사에서 빠트릴 수 없는, 재밌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됐다.(현재로선 '그 녀석'에 대한 평가가 갈리더라도) 일종의 '이제야 말할 수 있다' 같았던, 김태호 PD가 밝힌 멤버들 관련 초창기 비화들을 정리해봤다.
◆ 유재석 전화번호 위해 맡은 '무한도전'
김태호 PD가 처음 '무모한도전'의 PD를 맡겠다고 자처한 이유는 당시에도 인기 MC였던 유재석과의 인연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는 "초반에는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 받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내가 제일 원했던 건 유재석의 전화번호였다. 어떻게 개인적으로 친해져 다음 프로그램 MC로 섭외할까, 생각하고 들어간 프로그램이었다"며" 끝이 빨리 나길 바랐다. 다급하게 들어갔는데 이제는 나오고 싶어도 못 나온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 코미디하우스, 무릎꿇고 벌 받던 33세 박명수
김태호 PD가 박명수를 처음 본 것은 2003년 '코미디 하우스' 조연출을 맡았을 때였다. 처음 '코미디 하우스'에 투입된 그는 대기실에서무릎을 꿇은 채 혼이 나고 있는 박명수를 보게 됐다. 김 PD는 "(박명수가)그 당시 서른 세 살이었는데 서른 셋이 넘고 누구한테 무릎 꿇고 혼나기 힘든 때인데 희한한 광경을 목격했다"며 "일주일 뒤에 녹화를 하면서 왜 혼나는지에 대한 이해가 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콩트 코미디는 일주일간 회의를 통해 합을 맞춰 합의 결과를 무대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관객이 어디에 웃을지, 어떻게 큰 웃음을 얻을 지 계산된 행동을 해야하는데, (박명수는) 그것의 중요성을 생각 못 하는 애드리브를 하고, 상대방 대사까지 하는 등 누를 범하는 일이 있었다. '무한도전' 시즌1에서 5주 만에 잘린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당시 연출자였던 권석PD의 말에 의하면 '물과 기름 같아 전혀 섞이지 않는다'고 하더라. 이후에 '무한도전'에 복수하겠다고 동시간대 '스펀지'에 나가서 복수의 칼날을 갈았는데 거기서도 한 주 출연하고 끝났다"고 말해 다시 한 번 좌중을 폭소케 했다. 
그는 박명수에 대해 "이 사람에 대한 평가는 '회식이나 대기실, 코미디언실에서는 제일 웃기는 개그맨'인데 왜 카메라 앞에서 자기 욕심을 주체 못할까, 였다. 어쨌든 웃음에 대해서 인정을 받는 부분이 있었다. (생략) 그만큼 웃음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데, 자기는 이 당시에도 내가 유재석보다 재밌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가득찼던 상황이다. 유재석이 MBC에 왔을 때도 녹화하는 걸 지켜보며 텃새를 부렸던 사람이다. 예능국 신입사원이 와도 지나가다 붙잡고 '예능 신입PD야? 나 안 쓰면 우리 옆집 아저씨만도 못한다'고 협박을 했던 괴짜 캐릭터다"라고 설명했다.
또 "(박명수의 초반) 문제가 뭐냐면 유재석이나 나나 콘셉트가 특이하니까 기존 예능처럼 갈 수 있는게 아니라 하나씩 콘셉트를 잡고 캐릭터를 잡아가야 하는데 하나가 쌓이면 박명수가 가져가고, 또 쌓으면 가져가고 하더라. 그러나 본인은 오늘 몇 개 웃겼는지로 만족한다. 야구단 비유를 많이 하는데, 박명수는 4번 타자다, 지명 타자다. 컨디션은 들쭉날쭉하다. 팀의 승리를 견인하지는 못 하지만 본인 타율은 상당히 높은 타자다"라고 평가했다. 
◆ 정준하, 바보 캐릭터 벗으려 '무한도전' 선택하다 
김태호 PD는 "(박명수와 비교해) 어떻게 하면 팀의 승리에 도움이 될만한 인물을 찾을까 해서, 유재석 씨와 머리를 맞대고 찾은 인물이 정준하였다"고 했다. 그만큼 정준하는 개성 강한 박명수를 조금 더 중화시킬 수 있는 캐릭터였다. 당시 정준하의 가장 큰 고민은 '노브레인 서바이벌'로 굳어진 바보 이미지였다. 바보 이미지로 나름대로의 상처가 컸던 정준하는 방송을 접고 집에서 지내며 자신이 운영하는 포장마차에 나가 일을 하고 있었다. 당시 유재석은 야구단에서 정준하와 다퉈 2년간 서로 안 보던 사이였는데, 방송을 위해 정준하를 캐스팅하러 갔고, 김태호PD와 함께 머리를 조아렸다. 
김 PD는 "(정준하가) 하나 부탁을 하더라. 나의 이미지를 바꿔줬으면 좋겠다. 바보가 싫으니 새로운 캐릭터를 달라고 했다"며 "정준하와 약속을 하고 처음 출연 하는 날, 오프닝을 하려고 유재석이 '나와주세요', 했을 때 정준하가 걸어나오는데 박명수가 '와 바보나온다'고 해서 지금까지도 11년이 지났는데 정준하 하면 떠오르는 게 바보,식신의 캐릭터가 분명히 있다. 본인은 그 당시 너무나 벗어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②에서 계속... /eujenej@osen.co.kr
[사진] OSEN DB, '무한도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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