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밴드 브로콜리너마저가 경남 김해에서 팬들과 음악으로 소통했다.
브로콜리너마저는 지난 4월 23일 7시 김해 문화의 전당 누리홀에서 ‘잊어야 할 일은 잊어요-김해’라는 공연 제목을 걸고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공연시간이 다가오자 360여석 규모의 그리 크지 않은 공연장이 브로콜리너마저를 기다려온 팬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잔디의 잔잔한 건반선율을 시작으로 막을 올린 공연은 홍대 클럽 공연과 달리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두 번째 곡으로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의 전주가 울리자 관객들은 일제히 박수와 환호성을 보냈다. 강렬한 사운드와 부드러운 선율의 ‘밀당’과 밴드의 베이스자 보컬인 윤덕원의 나긋한 목소리가 관객의 마음을 흔들었다. 관객은 스탠딩 좌석이 아닌 환경에서 격렬한 뜀박질이나 몸짓으로 호응을 보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좌우로 조용히 흔들리는 상체와 함께 연주하듯 끄덕여지는 고개들은 충분히 콘서트를 즐기고 있음을 알게 했다. 윤덕원은 “관객석에서 일렉기타 소리가 나온다”며 큰 목소리로 성원하는 관객을 향해 재치 있는 농담을 던져 팬들을 웃게 만들었다.
브로콜리너마저의 마음에 보답이라도 하듯 관객은 뜨거운 호응을 보냈다. 스탠딩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빠른 비트의 노래가 나오자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무대 앞에서 뛰놀다 공연장 측의 주의에 수줍어하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윤덕원은 공연 중간에 “야광봉 하나가 두 개로 늘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감격했다”며 미소를 띠었다.
브로콜리너마저에서 기타를 맡고 있는 향기는 무대 후 인터뷰에서 “김해 공연에 온 관객 느낌은 조금 귀여웠어요. 좌석 공연임을 고려해 마음 놓고 차분한 공연 리스트를 꾸렸지만 더 신나는 무언가를 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라며 작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어 “그래도 가슴에 손을 모으고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 보여서 고마웠습니다”라고 말했고 멤버 잔디는 “세심하면서도 열정적이셨던 김해 관객에게 많은 감동과 에너지를 받았습니다”라며 공연 소감을 전했다.
이번 김해 공연에서는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곡들과 함께 ‘잊어야 할 일은 잊어요’, ‘공업탑’, ‘단호한 출근’ 등 미발표 곡들도 많이 연주했다. 공연이 끝난 뒤 브로콜리너마저의 작은 사인회가 열려 공연장 앞은 팬들로 북적였다. 공연을 관람한 김보라(28·김해 내동)씨는 “2층에서 봤지만 멀지 않게 느껴졌고 브로콜리너마저 특유의 음악 색깔을 직접 접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특히 2030의 애환을 일상적인 언어로 달래주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했다”며 공연의 여운을 말했다. 실제로 브로콜리너마저는 2030세대에게 사랑받고 있지만 공연장에는 50대로 보이는 중년의 관객도 보여 다양한 연령층의 팬을 지닌 밴드임을 알 수 있었다.
브로콜리너마저는 5월 21일에는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서 전주 팬들을 만난다. 꾸준히 지역 팬들과 소통하겠다는 의지가 돋보이는 행보다. 또 올해 역시 여름마다 개최해 온 장기공연 ‘이른 열대야’로 관객과 가깝게 느끼고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공연을 꾸려나갈 예정이다.(6월 29일부터 3주간 매주 수~일, 서울 마포동 서교동 웨스트브릿지) 2016년을 수놓을 브로콜리너마저만의 색깔 있는 음악과 공연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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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스튜디오브로콜리, 브로콜리너마저 공식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