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판 잔혹 동화를 보는 듯 했다. 웃기만 해도 모자를 듯한 아직 어린 남매에게 닥친 현실은 차갑고 아프기만 했다. 하지만 서로가 함께 하는 한 희망은 있었다. 다시 한 번 행복을 꿈꾸는 이들 앞에 꽃길만 펼쳐지길 많은 이들의 응원이 향하고 있다.
지난 25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에서는 ‘꽃남매’의 사연이 그려졌다. 사연을 신청한 주인공은 남매 중 오빠로, 야밤 외출이 잦은 여동생이 걱정이라고 밝혔다.
일명 ‘부산 디스코팡팡 송중기’라고 불리며 훈훈한 외모로 시선을 집중시켰던 오빠는 남다른 여동생에 대한 애정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느라 새벽 1시가 지나도록 귀가하지 않는 동생에 대한 걱정으로 먼 타지에서도 끊임없이 전화하며 그를 챙긴 것.
특히 그는 아픈 아빠를 대신해 일찍부터 다섯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것은 물론, 어린 동생들을 보살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나이에 비해 성숙한 생각으로 감탄을 자아냈다. 그 와중에 놀고 싶다는 이유로 일탈을 일삼는 여동생의 행동은 그저 철없게만 보였다.
하지만 동생에게도 사정은 있었다. 친엄마와 새엄마 모두 일찍 남매의 곁을 떠난 탓에 집안일과 어린 동생들의 육아는 전부 여동생의 몫이었다. 여동생은 7살부터 엄마가 되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고, 이는 성인이 된 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아픈 아빠와의 갈등. 아빠는 6년 전 뇌출혈로 인한 뇌손상으로 감정 제어에 문제가 생겨 여동생에게 폭언과 폭력을 일삼아왔다고 밝혔다. 그나마 이를 중재해주던 오빠마저도 생계를 위해 집을 떠난 상태였기 때문에 여동생의 보호막이 되어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또한 화목한 친구 가족들을 바라보며 부러운 눈빛을 보내는 여동생의 모습은 많은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나는 못 느껴본 그런 모습이 부럽고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라는 여동생의 말에 담긴 잔인한 현실의 무게가 안타까움을 자아낸 것.
이처럼 현실은 너무나도 잔혹했지만 이 이야기의 결말은 동화처럼 행복했다. 여동생이 부러워하던 평범함이 남매의 가족에게도 찾아온 것. 사소한 것으로도 웃음을 터뜨리고, 싸우다가도 금세 화해하고 풀어지는 모습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모진 시련을 극복하고 꿋꿋하게 견뎌온 남매에게 박수를 보내며 이번에는 부디 마지막까지도 두 사람의 소박한 꿈이 깨지지 않길 바란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동상이몽’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