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캡틴 아메리카:시빌워(이하 '시빌워')'의 예매율이 94%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영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이어 또 한 번의 마블 폭격이 예고된 셈이다.
국내 영화 팬들의 모든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빌워'를 충무로 관계자들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특히나 3월과 4월, 지독한 극장 비수기를 겪고 있는 지금 '시빌워'의 개봉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계자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 "침체된 한국 영화 시장 키울 좋은 기회"..BY 극장
당장 '시빌워'가 상영될 극장들은 '시빌워'의 개봉을 반가워하는 분위기다. '이러다 국내 영화 시장이 내리막길을 걷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을 정도로 침체됐던 극장 분위기를 '시빌워'가 띄워줄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극장 측 관계자는 "올해 4월 개봉한 영화 편수만 108편이었다. 역대 최고치다. 그런데 관객들은 '볼 영화가 없다'는 말을 한다. 그만큼 좌석점유율은 심각한 수준이다. 극장에 사람들이 아예 오질 않는 것이다"라며 "하지만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욕구는 있다. '배트맨 대 슈퍼맨' 개봉 때만해도 예매율이 70%까지 오르는 등 영화에 대한 관람 욕구는 있었다. 이번 '시빌워' 역시 예매율이 폭발하면서 영화를 수요하고자 하는 사람은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 "때문에 '시빌워'가 국내 극장가의 파이를 키워줄 작품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뒤이어 개봉하는 '탐정 홍길동'이라던가 '곡성' 등이 탄력을 받아서 함께 시너지를 내줄 것으로 보인다. 여러 영화들이 힘을 합쳐서 극장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이지 않을까 기대 중이다"라고 전했다.
또 "그동안 한국 영화 시장 전반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내리막길이 이제 시작인 것이냐는 위기론이 팽배해있었던 게 사실이다"라면서 "이번 '시빌워'의 개봉이 터닝포인트가 되어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예매율이 94%에 육박하다보니 벌써부터 '시빌워'의 스크린 독과점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사실. 이에 대해선 관객들의 반응에 따라 상영관을 배치한다는 기본 방침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이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하나의 독주 영화가 있는 것보다는 두 개의 큰 영화가 있는 것이 더 좋다. 그래야 극장에 관객들이 많이 오기 때문"이라면서 "'시빌워' 이후에 개봉하는 영화들이 반응이 좋다면 우리로서는 당연히 상영관을 여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에게는 선순환이 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 "선순환 기대하기 힘들어..경쟁작일 뿐" BY 배급
국내 영화를 배급하는 배급사의 입장에선 '시빌워'를 경쟁작 중 하나로 보는 시각이 강했다. '시빌워'가 한국 영화 시장의 선순환을 이끌기 보다는 관객들이 그저 '시빌워' 관람에만 그칠 것이라는 예측.
한 관계자는 "'시빌워'의 개봉이 영화 시장을 키운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시빌워' 열풍에 휩쓸려 의미 없는 2등을 하다보면 점유율이 자연스레 낮아지고 그러다보면 극장 쪽에서 상영관을 빼버린다. '시빌워'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하니 관을 빼버리는 것이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미 관객들은 '시빌워'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상황 속에서 2등은 의미가 없다"면서 "영화 시장 전체로서 선순환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라고 밝혔다.
또 "'시빌워' 상영관이 없으면 자연스레 다른 영화를 관람할 것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건 시장 자체가 큰 여름이나 겨울 극장가에만 해당되는 것 같다. 지금이 그때처럼 과포화 상태도 아니지 않나. 그저 '시빌워'는 상영관을 많이 가져갈 것이고 그렇다면 관객들 모두가 '시빌워'를 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 "독식은 불가피..그래도 극장 활성화 도움" BY 제작
'시빌워' 개봉을 앞두고 제작 쪽에 몸담고 있는 관계자는 극장 활성화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었다. 독식은 불가피하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극장을 활성화시키지 않을까 하는 입장이었다.
이 관계자는 "'시빌워'가 극장의 파이를 키워줄 것 같다. 비수기인 지금, 시점적으로 '시빌워'가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는 효과는 있을 것 같다. 어차피 '시빌워'가 독식은 하겠지만 말이다"라고 웃어보였다.
이어 "그래도 관객들이 한번 극장에 오면 다른 영화들에도 관심을 가지니까 도움은 될 것 같다"며 "극장에 와야 어떤 영화가 있는지 알고 그러지 않나. 그 이후는 뒤에 개봉할 영화들의 몫일 것 같다"고 전했다. / trio88@osen.co.kr
[사진] '시빌워' 포스터 및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