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출신인데다 출산은커녕 결혼도 하지 않은 20대 아가씨다. 그런 그가 미혼모에 시한부 환자를 연기한다고 했을 때 우려가 쏟아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걱정을 연기력 하나로 날려버렸다. 최근 종영한 MBC '결혼계약' 속 유이의 이야기다.
유이는 '결혼계약'에서 딸을 홀로 키우는 억척 엄마 강혜수를 맡았다. 지난 3월 제작 발표회에서 그는 "강혜수는 어린 딸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싱글맘이다. 사실 걱정을 했는데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열심히 준비했다"고 힘줘 말했다.
그의 자신감은 넘쳤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달랐다. 그가 걸그룹 애프터스쿨 출신의 아이돌이라는 점 하나만으로 주말극을 이끌어가기 힘들 거라고 판단했다. 이서진과 실제 17살 차이가 나는 나이도 우려스러웠던 부분. 유이는 그렇게 기대보다는 걱정 속에 첫 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 수록 그를 지켜보는 시선들이 달라졌다. 이서진과 커플 '케미'는 자연스러웠고 엄마 연기도 만족스러웠다. 유이가 딸 신린아(차은성 역)와 맞붙는 신에선 시청자들의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어색함 없는 모녀 '케미' 역시 '결혼계약'을 보는 요인으로 꼽혔다.
유이는 '결혼계약'을 통해 눈물의 여왕 타이틀을 얻었다. 장기 공여를 택할 수밖에 없는 고단한 인생에 울고, 딸에 대한 애틋한 사랑 때문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 강혜수였기 때문. 매회 우는 비련의 여주인공에게 시청자들은 완벽히 매료됐다.
유이의 연기력 '포텐'은 시한부 캐릭터를 만나 제대로 터졌다. 유이는 뇌종양 치료 때문에 머리카락이 빠지자 직접 단발로 잘랐고 딸 앞에서 아픈 모습을 보여 주기 싫어 뒤돌아 끙끙 앓기도 했다. 가슴을 부여잡고 우는 그를 보며 안방 시청자들은 함께 오열했다.
마지막까지도 그는 오롯이 강혜수로 살았다. 건강상태는 계속 악화됐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고 딸을 비롯한 사랑하는 이들과 천천히 이별을 준비했다. 사랑하는 남자 이서진(한지훈 역)과 달콤한 시간도 놓치지 않았다. 열린 결말로 끝난 까닭에 시청자들의 가슴은 더욱 먹먹해졌다.
유이는 이번 작품을 통해 '걸그룹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떼어냈다. 그저 연기자 유이로서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흥행 가능성까지 품은 여배우로 눈도장을 찍었다. 20대 여배우 기근 현상을 보이는 요즘, 유이는 딱 좋은 대안으로 떠올랐다.
유이는 이제 숨을 고른 뒤 차기작을 선택할 전망이다. 배우 유이의 다음 행보가 기대를 모은다. /comet568@osen.co.kr
[사진] '결혼계약'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