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량도 씹어먹는 존재감.'
최민수가 분위기를 압도했다. 짧은 분량에도 존재감은 그 누구보다 확실했다.
지난 26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대박'(극본 권순규, 연출 남건)은 서로를 알지 못하는 형제 백대길(장근석 분)과 연잉군(여진구)가 성장, 이인좌(전광렬)를 옭아매기 위해 차츰 숨통을 조여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백대길은 자신을 키워준 아버지 백만금(이문식)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 연잉군은 조선을 쥐락펴락하며 위협하는 어둠의 존재를 막아서기 위해서 백면서생의 탈을 쓰고 각자의 위치에서 활약했다. 대길과 연잉군은 모두 숙종(최민수)의 아들들.
숙종의 분량은 초반 전개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민수가 연기하는 숙종은 분량과는 상관없이 분위기를 압도하는 캐릭터임에 분명했다.
이날 숙종은 손에 꼽을 만큼 적게 등장했다. 한 번은 부상당한 담서(임지연)를 붙들고 와서, 담서의 아버지 김이수(송종호)를 죽인 자가 자신이 아닌 이인좌임을 알려주는 대목. 카메라가 차츰 클로즈업 되는 장면은 보는 이를 모두 숨죽이게 만들었다. 그만큼의 어마무시한 존재감이었다.
이후 왕자인 연잉군과의 대면. 몇 마디를 던지는 장면에서, 연잉군이 기를 더 이상 펴지 못하고 물러나는 모습은, 비단 연기뿐만이 아니라 느껴질 정도로 그의 카리스마가 화면 밖까지 전해질 정도였다.
최민수는 극의 분량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배우였다. '대박'은 최민수라는 버팀목이 있고, 그 존재 덕분에 주연인 장근석과 여진구가 각각 대길과 연잉군으로 분하며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음에 분명해 보였다. 최민수가 아닌 숙종은 이제 한동안 상상하기 힘들 듯 싶다. / gato@osen.co.kr
[사진] '대박'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