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의 복마전에서 희생된 한 사내의 복수 이야기’라는 기획의도에 50부작이라는 분량만 본다면, ‘몬스터’에 따르는 다소간의 지루함은 필연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체의 20%가 진행될 때가지 이야기를 따라왔다면 이 생각이 조금은 바뀌었을 터다. 본격 러브라인이 형성되기 전 어린애들처럼 티격태격하는 도도그룹 신입 4인방의 모습은 웃음으로 극의 분위기를 중화시키기 충분했다. 특히 이 작품의 장르까지 헷갈리게 만들 정도로 활약하고 있는 ‘몬스터’의 ‘돌+I’ 남매 진태현과 조보아의 공은 두 말 할 필요도 없을 듯하다.
지난 26일 방송된 MBC ‘몬스터’에서는 도도그룹 총수 도충(박영규 분)의 도광우(진태현 분)·도신영(조보아 분) 남매가 갖은 패악과 갑질로 보는 이들의 분노 지수를 높였다. 그러나 이들이 막연히 화만 돋운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의 하고 싶은 일은 무조건 해야 하는 막무가내 성격과 뻔뻔스럽기 그지 없는 안하무인 태도는 숫제 폭소까지 유발한다. 머리가 그다지 좋지 않은데 손에 힘은 쥐고 있는 덕에 아랫사람들을 마구 부리는 이 남매는 오히려 극 중 인물들에게 이용당하고, 그 과정에서 희화화되기 때문이다. 어떤 일에 직면해서도 ‘맘에 안 든다’에서 ‘자른다’로 이어지는 이들의 단순한 사고가 폭소를 자아낸다.
이날 도신영은 도도그룹에 부임한 후 가장 먼저 오수연(성유리 분)과 강기탄(강지환 분)을 소환했다. 자신이 재벌가 딸이라는 사실을 몰랐을 때 벌였던 실랑이에 대해 복수하기 위해서다. 해고를 통보하는 도신영 앞에서 오수연은 무릎을 꿇었지만, 강기탄은 머리를 썼다. 오수연을 잘랐을 경우 귀찮은 일이 생기고, 체면이 깎일 것이라는 논리다. 이에 도신영은 해고를 철회했다.
그런가 하면 도광우는 변일재(정보석 분)와 문태광(정웅인 분)의 알력 다툼에 이용당했다. 도도그룹 내 2인자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환심을 사야 하는 두 사람 사이에서 도광우는 특유의 변덕과 까탈로 시청자들을 웃겼다. 중요한 프로젝트의 전권을 문태광에게 넘겼다가, 변일재가 충성을 보이면 다시 변일재의 손을 들어주는 식이다.
이 ‘돌+I’ 남매, 도광우와 도신영은 도도그룹 이미지 광고 건으로 부딪혔다. 주변의 부추김으로 직접 광고에 출연하겠다는 도광우의 소식을 들은 도신영은 오빠 몰래 자신이 모델로 나서려 했다. 이를 알고 촬영 현장에 나타난 도광우는 여동생을 달래려 하지만 어림도 없었다. 다른 상품 광고 모델을 시켜주겠다는 도광우에게 도신영은 “그걸 오빠가 하고 난 이걸 하겠다”고 말했다.
세상 두려울 것이 없어 보이던 이 남매는 아버지 도충 앞에서만은 얌전해진다. 눈에 띄게 화려한 차림새와 틈만 나면 버럭하는 성질머리도 영락없는 남매다. 광기가 가득하다가도 갑자기 새초롬해지는 변화무쌍한 눈빛에 웃음소리, 과장된 손짓까지 똑같다. 그런데 이렇게 닮은 두 사람이 서로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도 코미디다.
‘몬스터’의 공식 ‘돌+I’ 남매는 이처럼 드라마 곳곳에서 의외의 웃음을 주는 특별한 매력을 뽐내왔다. 이를 찾아내는 재미도 내내 월화극 꼴찌였던 ‘몬스터’가 2위로 올라서게 한 원동력이였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듯하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몬스터’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