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드라마 '몬스터'의 큰 관전 포인트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악역이다. 어딘가 과장돼 보이는 연기 같아도 볼수록 빠져들게 만드는 악역을 맡은 배우 진태현은 쉴새없이 몰아치는 이 드라마의 중심에 있다.
‘몬스터’는 거대한 권력집단의 음모에 가족과 인생을 빼앗긴 한 남자의 복수극. 철옹성과도 같은 베일에 싸인 특권층들의 추악한 민낯과 진흙탕에서도 꽃망울을 터뜨리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1%의 선택받은 자들이 99%의 사람들을 지배한다고 했던가. 극 중 진태현이 분한 도도그룹의 후계자 도광우는 이런 선택받은 인물이다. 타고난 금수저인 그는 재력으로 원하는 것을 다 이룰 수 있다고 믿기에 거만할 정도로 자신만만하다.
하지만 이 도광우란 인물은 이런 배경에도 안쓰러울 정도로 너무나 불완전하고 하찮은 인간이기에 오히려 드라마 캐릭터로서는 매력이 있다. 차기 후계자이지만 사방에 적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심지어 친 여동생까지 자신의 자리를 위협한다.
불법 비자금을 만들고 들키지 않기 위해 위험 발암 물질 티나인의 비밀을 숨기고자 고군분투하는데, 이 과정에서 그의 무능함과 성격적인 결함, 허술함이 줄줄 드러난다. 지난 25일 방송에서는 도광우가 식사를 하던 중에 자신이 먹고 있는 음식들이 '자신이 사랑하는' 티나인 코팅제를 이용하여 만들어진 그릇에 제공됐다는 것을 알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입안에 있던 음식을 경망스럽게 뱉어버렸다.
그런데 도광우의 이러한 행동은 분명 소름끼치게 악한 것이지만, '절대 악'의 포스에서는 한참 떨어져 있다. 못된 일을 도맡아 하는 모자란 사람을 혼내주고 싶은 마음이랄까. 어이없는 웃음이 피식 새어나온다. 확실히 도광우에게 나오는 악함은 서늘함 대신 코믹함이 반이다.
이는 계산된 것이다. 27일 방송에서는 TV에 출연해 인터뷰를 갖고 티나인 소문에 대해 해명을 하는 도광우의 모습에 아랫 사람들이 그의 외모를 배우같다고 칭찬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부하들이 기업 모델로 나서라고 하자, "그런 말 너무 많이 듣는다"라며 당장 모델 아이디어를 홍보팀에 말해 진행하라고 하는 도광우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여동생 도신영(조보아)과 후계자 자리를 놓고 티격태격하는 모습과 상황도 이들에게는 비극이지만 시청자들에게는 한 편의 코미디다. 사방에 적이 있는 줄도 모르고 권력다툼을 벌이는 능력없는 '돌+아이' 남매의 모습은 어딘가 애처롭기까지 하다.
물론 그렇다고 진태연이 악역을 제대로 못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마치 할리우드 배우 짐 캐리가 악역을 연기하는 느낌이랄까. 허당기 가득하면서 악랄하고 잔인한 입체적인 캐릭터를 아이러니하게 들릴 수 있지만, 호감 있게 만들었다. 악역의 색다른 유쾌함이다. / nyc@osen.co.kr
[사진] '몬스터' 방송화면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