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박신양이라는 소시민의 영웅을 시청자들에게 선물하며 통쾌함을 안기고 있다. 팍팍한 고구마를 몇 개는 먹은 듯한 현실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극중 박신양은 청량감이 넘치는 사이다 같은 인물.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의 위로를 하고 있다.
KBS 2TV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시청률 꼴찌에서 출발해 월화드라마 1위에 올라선 후 왕좌를 지키고 있는 것은 드라마가 추구하는 정의구현이 안방극장에 잘 ‘먹히는’ 주제이기 때문일 터다. 변호사 조들호(박신양 분)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진실이 사실이 되길 바라며 뛰어다니는 변호사.
거짓을 사실로 만드는 거악인 대화 그룹과 검찰 권력에 맞서 변호사로서 억울한 누명을 쓴 이들의 변론을 하는 들호는 늘 같은 정장만 입고 다닐 정도로 넉넉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다. 선량한 소시민을 울리는 파렴치한 거악은 날뛰는데 늘 절망할 수밖에 없는 갑갑한 사회. ‘갑질’이 판치는 현실과 많이 닮아 있는 ‘동네변호사 조들호’ 속 우리 사회는 그렇게 을들의 반란을 돕는 영웅 들호가 있다.
지난 26일 10회를 방송한 이 드라마는 초반부터 이어져온 들호와 대기업 대화그룹의 맞대결이 또 한 차례 예고됐다. 대화그룹의 하청으로 피해를 본 이은조(강소라 분)의 새 아버지와 들호가 손을 맞잡게 된 것. 대화그룹 후계자가 살인을 저질렀지만 증명할 길이 없어 진범을 놓쳤던 들호는 다시 한 번 정의구현의 기회를 맞았다. 언제나 그랬듯이 앞뒤 가리지 않고 돌진하는 들호, 법의 테두리망을 요리조리 피해가는 악질 중에 악질인 대화그룹 사람들과 기회주의자들의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된 셈이다. 들호는 언제나 그러하듯 고난과 역경에도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들을 도울 것으로 보이는 바.
이번에는 들호가 진정한 승리를 하길 바라는, 거악들이 처절하게 몰락하길 바라는 시청자들이 많은 것은 그만큼 정의로운 사회를 바라는 이들이 많기 때문일 터다. 드라마 속 허구가 가미된 현실에서만이라도 권선징악이 이뤄지길 바라는 목소리, 위로와 위안이 필요할 정도로 불합리한 현실에 절망할 일이 많은 안방극장이 ‘동네변호사 조들호’를 통해 느끼는 짜릿한 감정의 진짜 이유는 여기에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동네변호사 조들호' 방송화면 캡처